미국의 가장 성대한 축제의 날, 7월 4일은 독립기념일이다.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18세기 중반만 해도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당시 미국은 대서양 연안에 13개 주만 존재했고, 중부와 서부에는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미개척지였다. 미국이 독립을 하게 된 계기는 세금 때문이었다. 영국이 미국인들이 마시는 차에 엄청난 관세를 물렸고, 이에 분노한 미국인들은 차 상자를 모조리 바다에 버렸다. 이것이 보스턴 차 사건이다. 이러한 영국의 부당한 대우에 격분한 식민지 주민들은 1775년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식민지 주민들은 단순히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통치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조지 워싱톤을 중심으로 독립군을 결성해 끊임없이 영국을 공격했다. 결국 1776년 13개 주의 식민지 대표들은 독립선언문에 서명하고,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했다. 그리고 243년이 지났고, 미국은 50개 주를 거느린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대국이 되었다.

      이 대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30일 한국을 방문해 미국의 위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재계서열과 상관없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한 한국 기업 대표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는데, 몇몇 회장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은근 차별 대우도 있었다. 그의 호명에는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DMZ 로 떠나기 직전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도 않고, 자신의 치적만 자랑하는 연설을 20분쯤 하고 휑하니 가버렸다. 한술 더 뜬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님’이란 극존칭을 연이어 사용하며, “트럼프 대통령님이 대한민국을 방문한 날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되었다”면서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현안은 의논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북한을 끼우며 한국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끌어내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기간 동안 트럼프 안에 대한민국은 없었다. 트럼프는 대선을 앞두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이용해 북한 김정은과 만나 별 말 없이 사진 찍기에 바빴으며, 문 대통령은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데 있어 당사자가 아닌, 제 삼자임을 천명하면서 스스로를 하대 했다. 

      동맹국 미국은 일본 쪽으로 더 기울어져 보인다. 얼마 전 언급한 얘기지만, 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 전투기 105대를 사겠다고 하자 트럼프는 ‘동해’를 ‘일본해’라고 발언했었다. 그리고 우리가 따지자 미국에서 사용되는 공식 명칭이 일본해임을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아예 대 놓고 일본을 도와주려고 한다. 동해가 일본해가 되는 순간 독도의 소유권도 위험해진다. 독도가 있는 동해가 일본해로 지칭된다면,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결국 독도는 동해를 지킬 수 있는 중심이다. 때문에 독도와 동해는 대한민국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름들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 전 큰아들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였다.  세계 전도가 교실 한벽에 붙어 있었는데, 동해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동해 대신 Sea of Japan(일본해)만 쓰여 있었다. 안나맵, 홈십핑, 핀터레스트, 맵소프월드, 스위프트맵스 등 세계지도를 제공하는 유명 웹사이트에도 모두 일본해만 기재해 놓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구글지도를 보면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해 최소한의 국제법을 지키고자 했지만, 동해는 일본해 아래로 괄호처리해 부수적인 이름임을 간접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로서는 만족스러운 표기상태가 아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바다를 동해라고 불렀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동해라고 불렀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고지도에서도 그 지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동해는 대한민국의 명백한 영토이다. 동해는 18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지도에 ‘Sea of Corea’로 표기 되어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서양에 소개되고, 20세기에 들어 동해의 지리적 이점을 간파한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기 위한 국제적인 로비를 펼치면서 세계지도 위 동해는 ‘Sea of Japan’ 으로 둔갑하게 되었다. 또, 일본은 거짓말 교과서를 통해서 2세들에게 꾸준히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는 것을 주입시켜왔다. 지난 2015년에는 군함도를 메이지 시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시킨 적도 있다. 이들은 역사를 숨기는 것도 모자라 번듯하게 포장해서 국제사회에 내놓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미국의 베스트 프랜드가 되어 미국의 묵인하에 마음대로 역사를 바꾸고, 중국과도 맞짱을 뜨며 기세등등하고 있다.  독도, 동해, 위안부 외에도 일본의 역사 왜곡 건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도 그들의 전략이 먹혀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에는 미국의 수수방관적 자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 기댈 수 없다. 우리의 것을 찾고 세우는데 왜 다른 나라의 한마디에 일소일노 하는 것일까. 문 대통령까지 나서 “트럼프야 말로 한반도의 피이스 메이커”라면서 본 국민들을 향해 단언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민족이 자기 땅 위의 평화조차도 자력으로 지키지 못하고, 고작 2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살펴보면,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끼리만 부르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것도 가끔씩 말이다. 몇 년 전 미주한인 사회에서도 동해병기법안 추진위원회가 붐이 일었다. 그런데 그 열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곳 콜로라도에도 동해를 알리기 위한 단체가 조직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있지만 활동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당연한 우리의 것을 일본에게 뺏기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은 이미 강대국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대한민국의 자존감을  높이는 대외적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기금을 모아 전 세계에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알리는 광고를 낸다든지,  동해와 독도를 크게 적은 세계지도를 제작한다든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계지도 제공 사이트에 독도와 동해 이름으로 후원금을 보낸다든지, 한국역사를 영어로 간략 정리해 시리즈 홍보물을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이에 필자는 이번 달부터 독도를 비롯한 동해와 대한민국의 역사 바로 알리기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외국인들과 우리 2세를 위해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넣은 캠페인 광고를 만들어 게재할 예정이다.  한인 2세들에게, 그리고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한국의 땅, 한국의 역사가 바로 새겨지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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