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대규모 채권안 압도적 통과, 오로라 진보 진영 약진

덴버 유권자들은 대규모 채권 패키지 승인부터 가향 담배 판매 금지 지지에 이르기까지 지역 리더십과 정책 방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4일 실시된 선거를 통해 투표로 나타냈다. 5일 덴버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마이크 존스턴(Mike Johnston) 덴버 시장의 ‘활기찬 덴버(Vibrant Denver)’ 계획에 힘을 실었고, 노동조합이 지지한 교육위원회 후보들을 선택했다. 또한 주전역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무료 학교 급식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덴버 시의회가 의결한 가향(flavored) 담배 판매 금지 조례에도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시면허·주류국(Department of Excise and Licenses)의 명칭을 바꾸는 안에도 동의했다.

2025년 오프-이어 선거(off-year election: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지 않는 해에 실시되는 선거)는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개표가 계속 진행 중이었던 5일 오후 기준으로 주정부는 173만표가 접수됐다고 밝혔으며 이는 등록 유권자의 37.8%에 해당한다. 이번 선거는 대부분 지방 사안 중심으로 치러졌으며 특히 주도인 덴버가 주요 이슈를 주도했다. 그 밖의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은 이번 덴버 메트로 지역 선거 결과에서 주목할 5가지 핵심 포인트다.

채권 승인으로 존스턴 덴버시장 중간 평가 ‘합격점’

1년전, 덴버시 유권자들은 새 시장이 제안한 대규모 공공주택 확충안에 아슬아슬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4일 밤, 존스턴 시장은 그 패배의 흔적을 지워냈다. 유권자들은 존스턴 시장이 추진한 5개 부문 ‘활기찬 덴버’ 채권안 전부를 압도적으로 승인했다. 개표 초반부터 5개 안건 모두 60% 이상 찬성을 기록했다. 최근 재정난과 시청 구조조정으로 흔들리던 상황 속에서 이번 결과는 존스턴 시장과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투표’로 해석됐다. 이번 승리는 특히 상징적이다. 작년의 좌절 이후이자 그의 첫 임기의 반환점을 막 지난 시점에서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존스턴 시장은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캠프 행사장에서 “유권자들은 우리가 덴버의 현실이 요구하는 속도로 일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그렇게 해왔다”고 밝혔다. 9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이번 채권 패키지는 향후 6년간 덴버에서 약 60개 주요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도축장은 찬성 , 전자담배는 퇴출

채권안 외에도 덴버 유권자들은 여러 현안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시의회의 가향 담배 판매 금지를 유지할지를 묻는 주민투표안 310는 45%포인트 차이로 ‘유지’ 쪽이 압승했다. 이 격차는 5일 오후에도 41포인트 수준으로 여전히 컸다. 찬성 측은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가 지원한 500만 달러의 자금력을 등에 업었다. 시 관계자는 “이는 덴버 역사상 단일 선거에서 가장 큰 개인 기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워낙 격차가 커 블룸버그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반대 측은 “금지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지난해 도축장 금지안을 반대할 때 내세운 논리와 유사했다. 당시 유권자들은 기업 측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도축장 금지는 사실상 시내 유일한 해당 시설을 겨냥한 것이었고 반대 캠페인은 근로자들의 생계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담배·전자담배 판매업체는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국 조사에서도 전자담배는 비호감도가 높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전자담배는 매우 혹은 다소 해롭다”고 답했다.

교사노조 지지 후보, 덴버 교육위서 재약진

 덴버 공립학교(Denver Public Schools/DPS) 교육위원회 4개 선거구 모두에서 교사노조가 지지한 후보들이 개혁 성향 단체가 후원한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4일 밤에는 한 곳이 접전이었으나 5일 오후 DJ 토레스 후보의 격차도 9%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로써 2년전 차터학교 지지 세력에게 밀렸던 덴버교사협회(Denver Classroom Teachers Association/DCTA)는 영향력을 회복하게 됐다. 로브 굴드(Rob Gould) DCTA 회장은 “우리 후보들은 진정성 있는 캠페인을 벌였고 그 진정성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개혁 진영은 202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위 다수 확보를 노렸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존스턴 시장도 이들의 편에 서서 후보들을 공개 지지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진영은 더 후퇴했다. 교사노조 진영의 승리는 덴버 교육청이 직면한 과제, 즉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해결이 시급한 시점에 이뤄졌다.

덴버 시의원 선거 방식 바뀐다

 덴버 유권자들은 시의회 전체 의석 중 2석인 ‘광역구(At-large)’ 의원 선출 방식을 변경하는 안에도 찬성했다. 주민발의안 2G는 54% 이상 찬성으로 가결이 유력하다. 이 안은 2027년 선거부터 2명의 광역구 의원을 한 번에 뽑지 않고 각각의 별도 선거로 선출하도록 한다. 지금은 모든 유권자가 2표를 행사해 상위 득표자 2명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찬성 측은 “광역구 의원도 구별 의원처럼 단일 선거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측은 “후보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이 안이 현직 두 의원(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로라시, 진보 진영 반등 조짐

오로라에서는 진보 성향의 시의원 후보들이 선전하며 보수 성향 현직 시의원 2명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집회에서 연설한 전력이 있는 보수파 대니얼 주린스키(Danielle Jurinsky) 시의원은 시의회 광역구 선거에서 3위(득표율 21.9%)에 머물러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상위 2명이 당선되는 구조에서 진보 성향의 롭 앤드루스(Rob Andrews)가 26.2%, 앨리 잭슨(Alli Jackson) 후보가 25.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또 다른 보수파 현직인 2지구(Ward 2)의 스티브 선드버그(Steve Sundberg) 시의원도 45.5%의 득표를 얻는데 그쳐 54.5%를 득표한 진보 진영의 에이미 와일스(Amy Wiles) 후보에게 9%포인트 표차로 패배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주춤했던 오로라 진보 세력이 시의회에서 근소한 다수를 회복하게 됐다. 오로라의 또다른 광역구에서는 마이클 그리피스(Michael P. Griffith)가 61.4%의 득표율로, 1지구에서는 지아니나 호튼(Gianina Horton)이 60.3%의 득표율로 각각 당선됐다.
 최근 오로라는 전국적 이슈의 무대가 되어왔다. 지난해에는 ‘베네수엘라 갱단 유입’ 논란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했고 올해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첫 이민 단속 지역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편 리틀턴에서는 고밀도 다세대 주택 개발을 제한하는 주민투표안이 찬성 54.9%로 통과됐다. 이는 지역 지도자들이 추진해온 친고밀도 주거정책이 주민 반대로 제동이 걸린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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