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포털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특별검사팀 수사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노회찬 의원이 누구인가. 그는 한국 진보정당사의 산 증인이자, 현 대한민국 정치계의 청렴결백의 상징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그는 2016년 총선 당시 드루킹 일당에게 5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에 괴로워하다 끝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되었다. 현재 드루킹 사건으로 매일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람은 김경수 경남지사 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알린 장본인이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노회찬 의원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드루킹 사건은 친노 친문 블로거이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필명 드루킹)과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19대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과 문재인 후보 지지를 위해 인터넷 포털 뉴스와 커뮤니티 등지에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다. '드루킹'의 본명은 김동원으로 각종 포털 등에 국내외 정세를 분석해 포스팅하던 파워블로거였다. 그의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는 2018년 3월 기준으로 980만 명에 이른다. 드루킹이라는 이름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드'의 캐릭터 '드루이드'에서 땄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게임에서 '드루이드'는 고대 유럽 마법사 이름이다. 마법사인 '드루'와 왕을 의미하는 '킹(king)'을 합쳐 '드루킹'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는 친노무현 및 친문재인 성향의 블로거로 공개적 온라인 지지활동을 했었다.

    그런데, 2018년 3월 드루킹 일당은 여당에 인사 청탁한 것이 거부되자 반감을 갖게 되었고, 이에 네이버 뉴스 기사 댓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여론조작 활동을 벌이다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기존 혐의 외에 19대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당선과 옹호를 위해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등지에서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었다. 또한, 여러 증거를 통해 드루킹 일당이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사건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의 고발로 인하여 적발된 선거 브로커의 개인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선긋기에 나섰으나, 주범인 드루킹 본인은 이 사건의 최종책임자로 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목하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이를 부정 선거로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 무효도 가능한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특검을 요구하며 공세를 가하였다.

    이들은 댓글을 조작하기 위해 매크로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이를 구현하는 서버인 '킹크랩'을 이용했다. 이는 사람이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도 '좋아요' 같은 공감수를 자동으로 올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드루킹 일당이 대선 이전 2만건, 이후 7만건 등 기사 총 9만여 건에 매크로 등을 활용해 조직적 댓글 작업을 한 흔적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올 1월 17일과 18일 이틀간 이뤄진 부정 클릭만 따져도 210만 회나 되는 걸 보면 전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방대한 수사를 막강한 검찰·경찰 조직을 모두 놔두고 특검이 나서게 된 사실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또, 드루킹이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지사와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김경수 지사 후보의 동의와 지시에 따라 '킹크랩'이라는 첨단 댓글공작 기계를 동원해, 대선 때 일일 보고를 했고 점검 받았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급기야 지난달 21일 드루킹 댓글 조작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검법 통과 직후 네이버 댓글 수가 36.5% 가까이 대폭 감소하여, 종전까지 비정상적인 경위로 대규모 댓글을 작성하던 댓글부대가 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일제히 종적을 감춘 정황도 포착되었다.  '드루킹 사건' 의 논란 포인트는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과의 연계성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경수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메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다. 특히 수백건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김경수 지사도 드루킹에게 기사 URL을 보내는 등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번째는 인사청탁 및 돈 거래가 있었느냐 하는 문제다. 드루킹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그 댓가로 여당 김경수 의원 등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 관련해서 인사청탁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김경수 지사는 4월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 이후 드루킹의 인사청탁을 받았고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를 만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세번째는 대선 기간내 여론조작 혐의의 입증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초뽀'라는 필명의 드루킹 측근 김모 씨의 자택을 압수수석한 결과 암호화된 USB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인터넷 기사 9만건에 댓글작업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드루킹은 김경수 지사가 보내온 요청 기사 앞에는 ‘S’를 써서 집중작업을 해왔다고 밝히자 김 지사는 홍보하고 싶은 기사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드루킹에게도 전달이 된 것일 뿐이라며 댓글을 조작하라고 기사 목록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지난 주에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의 대질 신문이 이루어졌다. 드루킹은 "그때 킹크랩 시연을 보고 김 지사가 고개도 끄덕였다"고 했고, 김 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하면 구속된 드루킹과 댓글 조작 공범으로 묶여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측의 핵심 쟁점이다. 김 지사는 대질 과정에서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시간 넘게 진행된 대질에서 댓글조작 공모 여부를 두고 두 사람 진술은 팽팽히 맞섰다. 문제는 대질 신문이 이루어지는 동안 드루킹의 진술이 번복되면서, 사실상 드루킹에 대한 신빙성도 떨어지고 있다. 어째든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하나다. 댓글조작 시연을 김 지사가 봤는지, 안 봤는지다.

    김경수 지사 외에도 이번 사건에는 대통령 핵심 측근이 여럿 연루돼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현 정권에 오명이 될 수 있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를 연결해줬고 드루킹 측에서 돈을 받았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부탁으로 오사카 총영사에 추천한 도모 변호사를 만났다. 드루킹이 자신의 측근인 윤모·도모 변호사를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넣어 달라고 송 비서관에게 청탁했다는 의혹도 확인했지만, 송 비서관은 부인했다. 하지만 윤 변호사는 문재인 캠프의 법률지원단에 들어갔고, 대선 당시 송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수행총괄팀장이었다. 특검은 이들의 진실 게임에서 반드시 승자가 되어야 한다. 검경의 부실 수사와 청와대의 은폐 의혹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물론 가시밭 길이 예상된다. 현 정권도 특검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그래서 불법 여론 조작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의심을 확실하게 거두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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