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 의지를 다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고, 국민은 군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외국군에 주권국가의 작전권을 맡겨둘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청년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가 될 때만 해도 철부지 애송이로 치부하면서 북한 전문가들은 조만간 북한정권의 붕괴를 예측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행동까지 복제하면서 북한 주민과 지도층에게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는 김정은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한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핵실험이 반복되는데도 조잡한 초보 수준의 핵실험이라면서 무시했었다. 그러나 지금 북한 핵은 고도화 정밀화 소형화 단계로 진전되었으며, 중장거리 정밀유도탄, 대륙간 탄도탄(ICBM), 수중발사 유도탄(SLBM)까지 눈부신 도약을 거듭하며 초강대국인 미국을 전쟁 파트너로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결국 과거 정권이 북한에 수조원을 퍼부어 주며 핵개발 자금을 지원한 탓에 남한 국민들이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볼모가 되었다는 현실을 부정하기 힘들어졌다.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체제 유지를 위해 가장 저렴하고 신속한 전략이 핵을  보유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미국이 한국의 뜻과 무관하게 북한과 전쟁을 벌일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한반도 안보 위기가 커지는 때일수록 전시 작전을 통제할 권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전작권 환수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이기도 했으며 70, 80년대 대학시절을 보냈던 진보 청년들의 오래된 숙원이기도 했다. 전시작전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유사시 한반도 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한국군의 작전권은 평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통제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갖고 있고, 전시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 여기서 전시란 데프콘Ⅲ이 발령되었을 때를 말하는데, 보통 적국에서 대규모로 부대 이동을 하거나 전면전의 징후가 매우 높아질 때 데프콘이 격상된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 전작권 이양의 역사는 6·25 전쟁 초기인 195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넘겼다. 이양된 작전지휘권은 1954년 11월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후 개정된 한미 합의의사록에서 '작전통제권'이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그리고 이 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유엔군사령관으로부터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전됐다. 대신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1일 미국측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군으로 넘어왔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제2의 창군'이라고 부르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가 보수·진보 진영 간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안보 이슈로 부각된 것은 2006년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해 9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전환 연기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에는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 연기론이 힘을 얻었다. 이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지면서 전작권 전환 연기 논의는 본격화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 해 6월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이 합의를 다시 바꾸어 2020년 이후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을 포함한 진보세력은 보수정권이 주권을 스스로 팽개쳤다고 간주했다. 이들은 과거 북한 도발시 전작권을 쥔 미측의 자제 요구로 우리 군이 강력한 응징을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고 봤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국군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전작권을 조기 환수하지 않는 것은 우리 국방 역량을 스스로 비하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전시 작전 지휘를 미군이 주도할 경우 작전 우선순위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종속되게 되고, 한국의 의사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듯이 우방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사정을 진정 고려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위기가 커지는 때일수록 전시 작전을 통제할 권한을 한국이 쥐는 것은 더욱 필요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섣불리 전작권 전환을 추진했다가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의 연합사 구조와 전력을 유지하면서 지휘권만 넘겨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미군이 이런 대규모 자국 부대의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작권을 환수해도, 주한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을 리 없다. 만약 전작권이 한국에 넘어가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미국은 한반도 내에서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하거나, 아예 철수할 가능성도 크다.

           사실 미국이 타국의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건 한국이 유일한 것도 아니다. 구소련과 대치했던 NATO 군의 전작권도 미국에 있다. 호주군의 전시 지휘권도 미국에 있으며, 캐나다가 해외에 파병할 경우 그 지휘권도 미국에 있다. 캐나다 방공망도 미국(NORAD)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캐나다, 호주, 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잠정적 적국인 러시아가 이들 나라를 깔보지 않는다. 다시말해 전작권을 우리가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거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아진다. 계속해서 대한민국에서 전작권을 달라고 요구하면 자존심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로 가져가라고 해 버릴 수 있다. 미국이 전작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 방위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그런데 만약 전작권이 넘어가면, 그 돈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이 경우 미국 의회가 한국을 미국의 동맹국으로 간주하고, 핵우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방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근거도 사라진다. 더구나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한국의 방위비 전액 부담을 요구하면서 불만을 표시해왔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전작권 환수 문제는 국가적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와 국가적 자존심, 대한민국의 장래가 걸린 사안이니 시비가 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군사력은 핵무장한 북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전작권 전환은 필연적으로 미군 역할 축소로 이어질 것이며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 규모가 축소되어 오히려 북한의 전면전 도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대학시절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외쳤던 필자도 지금은 아이러니한 시간에 서 있는 듯하다. 북한의 핵도발로 인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역사상 최대 인파가 인천국제 공항을 통해 해외여행 길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주민 수십 만 명이 자진 입대할 수 있다라는 뉴스가 북한 조선통신을 통해 보도되었다. 참으로 대조적이다. 아직은 우리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내지 못한다. 주권국으로서 전작권을 우리가 가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충분히 대비됐을 때 가능하다. 지금은 트럼프와 협상해 우방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면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기 보다는 국민의 중론을 모으고, 우리 군의 실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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