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신체만 늙는 것이 아니다. 건망증에서 치매까지 우리의 뇌도 퇴화하고 병이 든다. 인체는 운동으로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근골격은 물론 심폐기능도 좋아진다. 그렇다면 뇌도 운동을 하면 좋아질까. 물론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 보유한 140억 개의 뇌신경 세포는 20세부터 매일 10만개씩 줄어든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뇌 트레이닝이다. 청각장애인은 시각중추가, 시각장애인의 경우엔 청각중추가 발달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뇌 운동 얼마나 좋고, 어떻게 하는 것일까.
사람의 뇌 중 대뇌피질은 운동.감각작용을 하면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종합 정보처리센터. 위치에 따라 전두엽.두정엽.측두엽.후두엽 등으로 나뉜다. 단어 뒤에 엽(葉)자가 붙는 건 피질이 대뇌의 바깥쪽을 나뭇잎처럼 얇게 형성돼 있기 때문. 이 중에 이마 쪽에 위치한 전두엽(前頭葉)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1등 공신이다. 기억.사고.판단을 하는 종합상황실로, 이 부위가 발달할수록 지능지수가 높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운전을 하면서 길을 기억해내고, 신호등 색깔의 의미, 차의 속도와 다른 차와의 간격 등을 판단해 목적지까지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곳이 전두엽이다. 요리를 할 때 식품 재료를 순서에 맞춰 지지고 볶으며 맛을 보고, 불을 조절하도록 하는 행위도 마찬가지.
건망증은 바로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됐음을 의미한다. 저장된 기억이 혀끝에서만 맴돌고,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전두엽은 자극할수록 기능이 향상된다. 뇌신경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줄지만 대신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회로가 튼튼해지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증가하면서 정보 저장 및 출력 기능이 좋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두엽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
정답은 끊임없는 자극. 이를 위해 세 가지 처방이 필요하다. 운동, 대화, 계산이다.
먼저 운동을 보자. 운동은 전두엽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린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뇌를 측정한 한 조사에 따르면 운동강도가 40% 정도 되는 시점부터 뇌 혈류량이 증가했다. 운동 방법에 따라 효과를 더 높일 수도 있다. 단순한 걷기나 간단한 근력운동도 좋지만 게임이 가미되면 뇌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
대화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단어를 선택하고, 표정을 관리하는 등 전두엽을 계속 활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TV나 컴퓨터에 빠져 정보를 편리하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 전두엽이 게을러진다.

   이런 점에서 소리를 내며 책을 읽는 것(음독)도 도움이 된다. 소리가 머리를 울려 뇌를 자극하고, 내용을 파악하고, 상상을 하는 과정 모두 뇌 운동에 효과적이다.
계산은 뇌 트레이닝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유산소 운동과 같다. 요령은 복잡한 숫자보다는 간단한 게 유익하다는 것. 평균 76세인 남녀 27명을 대상으로 하루 15분 동안 계산과 음독을 주5일 3개월간 학습토록 했더니 인지장애가 있던 7명 중 5명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연구도 있다.
신문의 사설 요법도 추천한다. 가능하면 아침에 읽고 밤에 요약과 비평을 쓰면 기억을 꺼내 쓰는 연습도 된다. 물론 종이에 손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뇌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우울하면 전두엽의 혈류가 저하돼 뇌 속 세로토닌이 줄어든다. 피로나 스트레스도 독이다. 뇌가 피곤하면 생각을 포기한다. 술은 담배보다 더 나쁘다. 담배는 혈류를 떨어뜨리는 정도에 그치지만 알코올은 정보를 입력하는 해마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기 때문이다. 과음한 뒤 '필름이 끊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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