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등 환자 32% 차지 그 다음이 40대·60대 순서

   개인택시 기사 박모(57·서울 강서구)씨는 지난해 6월 다리가 붓고 피로감을 자주 느끼기 시작했다. 평소 지방간이 있었던 박씨는 “약을 타서 먹으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지만 뜻밖에 간경변(肝硬變)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흔히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로 알려져 있는 질환이다. 30년 넘게 매일 소주 한 병씩 마셔 온 음주 습관이 화근이었다. 박씨는 “지방간이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었지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후회했다.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박씨와 같은 50대다. 건강보험공단이 28일 발표한 ‘2011년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환자 14만7323명 중 50대가 4만7216명(32.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40대(3만6375명)와 60대(2만5526명)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환자가 12만7467명으로 여성 환자(1만9856명)의 6배에 달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글자 그대로 술로 인해 생기는 병이다. 음주 습관이 그대로 반영된다. 젊은 시절 술자리를 많이 한 중장년층과 남성들에게서 알코올성 간질환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50대 환자의 수가 늘고 있다. 2011년 전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2010년(14만9453명)보다 2130명 줄었지만 50대 환자는 오히려 1년 전보다 1733명 증가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간염·간경화 순으로 발전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 안에 술로 인해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것을 말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으로 간세포가 손상돼 염증이 생긴 경우로 이때부터 식욕 감소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알코올성 간염이 심해지면 간이 굳기 시작하는 간경화로 발전한다. 간경화는 만성질환으로 심해질 경우 간 이식을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다행히 알코올성 간질환 중 가장 먼저 찾아오는 지방간은 완치할 수 있다. 술만 끊으면 간세포에 축적된 지방도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음주를 즐기는 많은 사람은 알코올성 지방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자신은 간염이나 간경화가 오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다. 8년차 직장인 강모(34)씨는 “건강검진에서 (알코올성) 지방간이 나왔지만 주변에서 ‘누구나 다 있는 것’이라고 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화 환자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계속 술을 마셔 증상이 심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산병원 최종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성인 남성이 매일 소주 240~480ml(소주 한 병 360ml)를 마실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절주와 금주를 생활화해야 증상이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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