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비 기능 장애

의사를 찾은 30대 후반의 O씨는 아내가 늘 성행위를 불편해한다며 답답해했다. O씨는 나름대로 아내를 배려해 전희도 많이 하는데, 그의 아내는 스킨십에 흥분하다가도 삽입만 하면 인상을 찌푸린다는 것이다.
“쑥스러워서 좋은 걸 아프다고 표현하거나 신음소리를 내는 거 아닙니까.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하지 온통 찡그린 표정이 전부니, 원. 결혼 생활 10년 내내 그랬어요.”
O씨는 아내가 성적 흥분을 아프다고 표현하는 줄 알았다. 더구나 남자가 다소 과격하게 해줘야 여자가 더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해서 아내가 힘들어할수록 더욱 거칠게 피스톤 운동을 했다니 설상가상이다.
성경험이 없었던 여성들이 신혼에 겪는 초기 성교통은 성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2~3개월이면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속 성교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성행위 때 즐거움보다는 통증이나 불쾌감이 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다. 이런 여성들을 진단해보면 흥분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인 분비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흥분 반응이 신경이나 근육 손상, 혈류 장애 등으로 억제되어 윤활액이 적절한 수준으로 생산되지 않는 것이다.
분비는 잘 되지만 호르몬 문제나 질염 등으로 성교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성교통이 있으면 따갑고 쓰라려 성행위를 지속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여성의 연약한 신체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성행위를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성행위를 ‘불편하고 아픈 것’으로 인식해 섹스리스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남편의 요구를 견디다 못해 얼른 끝내고 내려오라는 식으로 남편에게 자신의 몸을 희생하다시피 하는 사례도 꽤 있다.
이런 아내를 둔 남편들은 그 고통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의 욕정만 채우거나, 아내가 성에 너무 폐쇄적이고 잘 표현할 줄 몰라 그런 것이라 착각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내가 분비 장애나 성교통이 있는데, 원인을 찾아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고 윤활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장 난 분비 기능을 고치면 될 것을, 마치 분비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윤활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무분별한 윤활제 사용은 자연적인 분비 기능을 더욱 쇠퇴시킬 뿐이다.
분비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성교통이 있어서 흥분이 제대로 오지 않고 젖지도 않고, 통증이나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 원인을 찾아 통증의 뿌리를 없애고 분비 기능을 되돌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성행위 때 아내가 얼굴을 찌푸리는 것은 흥분했다는 표현이 아니라 현재 성생활에서 무슨 불편과 문제를 겪고 있다는 신호다. 물론 이런 문제를 남편이나 아내가 서로 탓하거나 자책하는 것은 어리석다. 서로 진지하게 물어보고 문제가 심각하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배려하는 것이 옳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