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았다. 무심코 돌린 채널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도 못 봤고 이민 와서 처음 보는 조국의 대통령 취임식이라 그런지 마음을 들떴다. 식이 거행되기 전까지 축하무대가 이어졌고, 드디어 국민의례가 시작됐다. 편하게 누워 있던 남편도, 바닥에 엎드려 게임하던 아들도 자연스레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그렇게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난 뒤, 애국가 제창까지 마쳤다. 둘째 아이는 전날 한국학교에서 받았다는 태극기를 꺼내 흔들며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저녁때가 되면 거리에는 애국가가 흘러나왔고 우린 가던 길을 멈추고 제자리에 정지 자세로 서 있었다. 이유도 모른채, 무조건 국가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외국에 살다보니 조국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커진다. 생각해보면 애국가를 듣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잠재되어 있던 조국에 대한 뭉클함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는 대한한국의 최초의 여성 국가 원수, 대한민국 최초의 미혼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대한민국 최초의 공과 대학 출신 대통령, 대한민국에서 배우자가 아니면서 퍼스트 레이디를 경험한 최초의 대통령,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득표수로 당선된 대통령,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기틀이 정착된 1987년 대선이래 최초의 과반수가 넘는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 우리나라 헌정 사상 수도권에서 진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불식시키면서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 무려 90%대의 투표율을 기록한 50 대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진 대통령이 되었다.
박 대통령은 20여분 동안 취임 인사를 또박또박 외워서 했다. 그 많은 내용들이 머리 속에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야무지고 자신있게 내뱉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민과 함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50여년 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대 때 근대화를 이루고 안보 불안을 줄이기 위해 부득이 국민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 목표’를 앞세워야 했던 ‘박정희 모델’에서 탈피, 이제 국가가 국민 행복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는 ‘박근혜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 의지를 아울러 밝혔다. 스스로 시대교체를 선언한 셈이다. 또 북한 핵실험에 대해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천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가자”는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국정 과제들을 올바르게 수행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통일과 일류국, 품격사회, 선진 시민이라는‘미래호’의 선장이 되었다. 순항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소통을 중요시하는‘열린 리더쉽’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제17대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영욕이 교차했던 5년 임기를 마치고 24일 밤 12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저특검에 이어 퇴임 전 측근 사면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잘한 것을 보자. 530여만 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와 선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남북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고 대북 정책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좌파정권 10년 동안의 ‘퍼주기 저자세’ 정책을 바로잡았다. 가장 강력한 안보장치인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했고, 글로벌 불황을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해냈다. 덕분에 국가신용등급은 되레 올랐다. 한미, 한유럽연합(EU), 한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경제적 지평도 획기적으로 넓혔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 안보 정상회의, 녹색기후 기금사무국 유치로 국격도 높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아덴만 구출작전 성공 등 감동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퇴임 연설에서 “가장 보람되고 영광된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지금 이순간 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그 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격려를 보낸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박 대통령의 임기 5년은 올해 건국 65년을 맞은 대한민국에 중대한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통일과 세계 일류국가의 꿈을 이루느냐, 아니면 중진국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대느냐가 판가름난다. 대통령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취임식 이후 열려야 하는 국무회의도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만하는 야당, 그리고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당 새누리당의 역할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금 조국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 옛날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던 순수했던 심정으로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다짐도 필요할 할 때이다. 국민 모두가 여야당간 분파 없이 박근혜 호를 힘차게 밀어주길 바란다.
<김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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