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인선한 참모들을 대상으로 인사 청문회가 한창이다. 물론 내정자들의 과거를 파헤쳐 자격을 심사한다는 것은 좋은 의도이다. 하지만,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가 계속되다 보니, 나라 안팎에서 보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질문 하나하나에 예리함은 없어진 지 오래고, 트집 잡기에만 여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 보니 질문자들에게도 질문이 던져진다. ‘당신은 털어서 먼지 안 날 것 같으냐’ 고 말이다.
최근 가장 대두된 문제는 김종훈 미래창조 과학부 장관 후보자이다. 이중국적 문제에 이어 미 중앙정보국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야당은 ‘이때다’ 싶어 공격 중이다. 그가 살아온 길만 잠깐 보더라도 안철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사람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오히려 김씨가 장관직을 거절할까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김 소장이야 말로 살아있는 신화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리는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다. 정릉 산골짜기에서 살던 평범한 아이는 메릴랜드주의 한 빈민촌으로 이민을 갔고, 지금은 미국의 4백대 부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새벽에도 일을 하면서 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고, 대학을 졸업한 후 미해군 장교로 자원입대를 했다. 해군장교는 월급도 높을 뿐 더러 전자공학도로서 쉽게 볼 수 없는 첨단기기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이다. 어려운 공학박사 학위를 2년 만에 받은 천재, 이후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고 32세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창립한다. 여기서 초고속으로 영상, 음성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보내주는 비동기식 전송방식 교환기 ATM 을 만든다.
그는 현재 미국의 벨 연구소 CEO로 재직 중이다. 벨 연구소가 어디인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통신위성, 트랜지스터, 전화기 등을 최초로 개발한 미국 과학기술의 최전방 기지 중 하나이다. 정말로 대단한 인물을 오랜 만에 발굴했는데, 정치권은 그의 이중 국적 문제로 떠들썩하다. 김 소장은 자신의 미국 시민권을 포기 한다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 야당 고위 인사의 배우자와 가족 상당수가 이중 국적자들이다. 시비를 가리기 전 자신들의 국적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야당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선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 또한 수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교육, 국방, 납세, 근로의 의무 말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 고위 간부일수록 자식들은 군 면제자 및 이중 국적자가 많고,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세금 포탈 경력이 화려하다. 이런 구태의연한 잣대로 세계적인 인재에 흠집을 낸다는 것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오히려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수성가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의 일꾼으로 여겨질 수 있는 사람을 한낱 정보원 수준으로 전락시키려는 야당의 정치 쟁점화는 문제가 있다.
그 동안 진보세력에 가까웠던 필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인사 청문회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데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기 위한 사람인가를 증명하기에 앞서, 절대 일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인가, 재외동포의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었던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답게 의외의 반전으로 절반가량의 인사를 호남 출신으로 채웠다. 이제는 친박, 비박계 라는 단어와 상관없이 그가 천거한 인물의 타당성을 한 번쯤은 돌이켜 봐야 할 때이다.
사실 지난달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하면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총리 후보에 대한 의혹은 아들에게 부동산을 넘겨주면서 증여세를 안 냈고,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의혹, 아들 병역 면제 등이었다. 김 후보의 자진 사퇴 이후 검증을 받아야 하는 장관 후보자들 또한 비슷한 청문회 절차를 밟고 있다. 딸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세 축소의혹, 소유 주택을 전세 놓으면서 시세보다 5천만 원을 더 높게 전세가를 책정했고, 재산을 아들에게 돌려 놓았다는 의혹 등이 후보자들을 공격하는 내용 중 공통된 부분이다.
한국의 관행은 대단한 포용력으로 인정해야 함을 우린 알고 있다. 지금까지 기득권자들에게 부동산 투기, 자녀 군필 문제는 늘 따라다닌 문제였다. 오랫동안 권세를 누려왔던 인사들이라면 이런 관행을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김용준 총리 후보의 자진 사퇴를 지켜보면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과거의 관행을 참작할 수는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은 현재라는 것이 안타깝다.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후보자가 과거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자격이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관용을 베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박근혜 호가 드디어 출범한다. 하지만 출발도 하기 전 장관 후보자들의 개인 비리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정부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난항이다. 그래도 우수한 해외동포 인재를 불러 조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또한, 그동안 암암리에 묵인해 왔던 관행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퇴 종용보다는 국가발전에 기여할 그들만의 기획 안을 검증해 보는 방안도 필요할 듯하다.
<김현주 편집국장>
- 기자명 김현주 편집국장
- 입력 2013.02.2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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