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성덕면에는 학성강당이 있다. 옛 서원의 시간이 그대로 고여 있는 곳이다. 의관을 정제한 스승 앞에 제자는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침과 잠자리를 내주고, 제자들은 제 먹을 것을 가져와 학당에 기거하며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자고 생활하는 것은 모두 무료다. 평생 한학을 닦아오며 학성강당을 54년째 지켜오고 있는 큰 스승은 제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으니 ‘훈장’이 아니라 ‘선생’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돈과 바꿀 수 있는 가치로만 모든 걸 재고, 고작 ‘돈 많이 벌라’는 것을 덕담이라고 말하는 것에 한탄했다고 한다. 모든 목적이 ‘돈’이 되는 요즘 사람들의 경박함에 혀를 차고는 저마다 타고난 순한 본성을 힘써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좋은 가르침이다. 하지만 그 경박함이 현실이다 보니 시대적 흐름은 차이가 난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만이 사람이 인정스러워지고, 매사에 긍정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대세다. 그래서 믿지 않는다고 말하다가도 ‘올 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토정비결을 훔쳐보곤 한다. 어떤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방편일지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없는 돈이 금방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마음을 수련하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큰 자신을 만들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모든 계획을 성공할 수 없지만, 그 계획을 실천하려는 노력의 정도에 따라 원하는 것도 따라 오리라 믿는다.

몇 일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더 큰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3대 국정운영 기조로 글로벌 외교 강화, 경제 활성화, 친서민 중도실용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핵심 과제로 일자리 정부, 교육개혁, 지역 발전, 선거제도 개편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선진화 개혁, 남북관계의 실질적 변화 등을 실천 대안으로 내놓았다. 집권 3년차인 올 한 해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국격(國格)의 질과 국력의 총량을 업그레이드시켜 선진 일류국가의 초석을 놓으려는 의지를 다잡은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거창하게 한 국가의 정책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 언론사로서 한인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몇 개 세워보았다. 우선, 잘나가는 신문에는 사람들 이야기가 넘친다고 했다. 그래서 올 한해 포커스 신문은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못한, 공공의 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지적하고 동포사회에 알려서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또, 신문은 기사가 가장 우선이다. 매년 한인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기획기사를 작성해 왔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알찬 기획기사로 내용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사실 이 기획기사라는 것이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만히 앉아서 전화로, 컴퓨터로만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발로 뛰는 기사이기 때문에 시간 투자가 필수다.

하나 더, 문화센터 개방건이다. 지난해 10월 오픈을 했지만 신문사 내부사정상 바쁘다는 핑계로 홍보에 미비했다. 현재로서는 덴버 한인사회에서 유일한 모임 장소인 포커스 문화센터를 일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을 해야겠다. 150여명이 들어갈 수 있지만 10명 이상의 모임장소로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달 16일에 ‘건강하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무료 건강검진 행사를 추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동포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참이다.

실패라도 좋다, 돈에만 집착해도 괜찮다. 각자의 위치에서 발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더 큰 자신을 위한 약속이다. 2009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0년을 그려보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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