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상대적으로 더 우수

생크 아 세트(Cinq α Sept)’는 프랑스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를 뜻한다. 이 시간대엔 오랜 세월 동안 암암리에 이어져온 그들만의 남녀 문화가 숨어 있다. 일상에 지친 남녀가 퇴근길에 그 해방감을 만끽하며 밀회를 즐겼던 것이다.

날이 저물고 어둠이 세상의 긴장을 풀어놓는 황혼의 시간에 나누는 남녀의 밀회는 습관화된 일상을 벗어나 묘한 즐거움과 비밀스러움을 안겨줬다. 두 시간의 귀갓길에 남몰래 즐기는 그 비밀스러움엔 불륜이나 매춘 등의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지만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생크 아 세트’란 말에 대해 설렘이나 애틋한 추억을 갖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바쁜 현대인들이 이 시간대를 즐기기는 어렵다. 오후 5시에서 7시, 그 빠듯한 시간에 여유 있는 꿈도 꿀 수 없고 자정이 넘도록 퇴근도 못하는 불쌍한 직장인도 많다. 이런 과로 상태에 어찌 성욕이 생길 수 있을까. 오후 시간의 섹스 하면 흔히 불륜을 연상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생크 아 세트’를 180도 뒤집어 ‘우리 것’으로 바꾸면 부부 사이에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바쁜 일상의 부부에게 성의학자로서 권할 만한 ‘생크 아 세트’는 초저녁의 5~7시가 아니라 먼동이 터오는 이른 아침의 5∼7시다. 불륜이 아니라 부부 사이에 하는 아침 섹스는 신선한 자극이 된다.

 이 새로운 ‘생크 아 세트’는 충분한 숙면으로 전날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을 때 섹스를 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모닝 섹스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남녀의 성기능은 아침에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 시간에는 남성 호르몬이 최고조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발기가 된다. 또한 숙면을 했기 때문에 자율신경이 이완되고 발기부전이나 조루에 악영향을 주는 교감신경도 많이 안정돼 다른 시간대보다 훨씬 활력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일부 발기부전 환자나 조루 환자들이 아침 섹스에 몰입하여 더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물론 배우자가 매번 모닝 섹스만 요구한다면 그 사람의 성기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부실하다는 의미일수도 있다. 하지만 간간이 즐기는 아침 나절의 ‘생크 아 세트’는 부부 사이에 신선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모닝 섹스 후 종일 피로할 것이란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섹스 후 짤막한 토막잠 정도만 자도 충분히 회복된다. 섹스는 밤에만 한다는 고정관념도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바쁜 일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말의 아침이야말로 해방감과 함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평일에 ‘생크 아 세트’가 부담스럽다면 주말 아침이 절호의 기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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