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뉴욕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50대 한인이 사망했다. 정신병자로 추정되는 노숙자 흑인에게 떠밀린 뒤 진입하던 열차에 치인 것이다.
용의자는 바로 체포가 되었지만 지금 이 사건이 미국 전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뉴욕의 타블로이드 신문 ‘뉴욕 포스트’가 사고 직전 찍은 사진을 신문 전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기 때문이다. 전동차가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한기석씨가 애처롭게 플랫폼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는 사진이었다.
보기만 해도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제목은 죽을 운명이라는  ‘DOOMED’ 단어를 게재했다. 한 신문사의 이런 잔인한 단어의 선택은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고 당사자가 한인이어서 가슴이 아프지만, 한인이 아니라고 해도 복받쳐 오르는 슬픔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이 사진은 우연히 사고 당사자와 같은 승강장에 있었던 뉴욕 포스트지의 프리랜서 기자에게 찍힌 것인데, 사람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며 국제적인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을 본 국내외 네티즌들은 “사진 찍을 시간에 달려가서 사람을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사진 작가는 의도적으로 찍은 게 아니라 열차를 운전하고 있던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다가 우연히 그런 장면이 찍히게 된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궁색하다.
이 사진 작가와 함께 비판의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승강장에 함께 있던 18명이다. 아무도 한씨를 돕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한씨가 선로에 떨어져 전동차에 치일 때까지는 30여 초의 시간이 있어 서로 힘을 합쳐 한씨를 끌어올렸더라면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면서 흥분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자성론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생 딸을 둔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온 한씨는 그날 참으로 운이 없었다. 느닷없이 이상한 사람을 만났고, 그를 구해줄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다.  이 사건을 대도시의 황량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너무 급박하게 일어났던 사건이었기에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물론 사람도 사람 나름이겠지만,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다고 생각하며 심란한 마음을 다잡아본다.
두 해전 겨울이었다. 밤새 내린 눈으로 거북이 운전을 하면서 가까스로 사무실 근처까지 왔는데 그만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돌아버렸다. 후진을 해서 방향을 잡으려고 해도 바퀴만 헛돌았다. 그때 자동차 한대가 내 옆으로 비상등을 켜며 정차했다. 한 여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눈길을 걸어와 괜찮냐 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반대차선에서 달리던 중 필자의 차를 보고 유턴까지 해서 왔다고 했다. 그녀가 이렇다 하게 도와준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 필자 또한 눈이 오는 날에 길가에 박혀 있는 자동차를 볼 때면 도와줄 일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피게 되었다.
또 한번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일이다. 직진을 하고 있던 필자의 자동차를 왼편 차선에서 달리던 트럭이 미처 정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은 사건이었다. 내 차는 한 바퀴를 돌고서야 제자리를 찾았는데 정신은 이미 혼미해져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를 목격한 세 명의 미국인들이 달려와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명은 어디서 구했는지 오렌지 색깔의 조끼를 입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고, 버스정류장 옆에 서 있었던 한 명은 의사라며 나의 상태를 살펴주었다. 그리고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자동차의 운전자는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필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싶은 교통사고는 수월하게 처리되었다.
며칠 전에 오로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단횡단을 하던 한 어머니와 2살 된 아기가 지나가던 차량에 치인 후 차량 아래에 깔리는 사고였다. 사고 순간 인근에 있던 행인들이 모두 달려들어 차량을 들어올려 여성과 아기를 구출해냈다. 이들은 경찰차와 소방차가 도착한 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제갈길을 가버려 경찰은 몇 명이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무언가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만약 사고를 당한 한씨 근처에 이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루에 한가지씩 좋은 일을 하자는 캠페인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좋은 일을 함으로써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캠페인이었는데, 좋은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까지 해가며 착한 일을 하자고 목청껏 부르짖는 것도 겸연쩍은 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하게 흘러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꼭 누구에게 보여주자고 하는 선행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누군가를 도와주었다는 뿌듯함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계속 봉사하다 보면 스스로 얻는 것이 더 많아지는 법이다. 이런 따뜻한 사회가 오면 더 이상 한씨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은 없게 될 것이라 믿고 싶다.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도움의 손을 먼저 내밀수 있는 당신이 되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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