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콜로라도에서는 버섯 캐러 가는 일이 유행이다. 필자도 콜로라도에 산지 10여년이 되었다. 그래서  예의상 한번쯤 버섯을 따러 나설 생각이었다. 그만큼 버섯캐기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매년 치르는 연례행사와도 같다. 얼마전 버섯을 따러 가는 일행에게 나도 좀 데려가달라고 했더니, 버섯을 캐려면 험한 산기슭을 따라 올라가서 힘도 들고, 신출내기에게는 버섯이 눈에 띄어 주질 않아 헛수고만 하게 마련이라며, 괜히 동행한 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고 따다 줄테니 먹기만 하란다. 그들은 다음날 저녁 깨끗하게 손질한 버섯을 지퍼팩 가득히 담아 건네주었다. 너무 고맙기는 했지만 힘들게 따온걸 낼름 받아만 먹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이처럼 가족들 먹으려고 조금씩 버섯을 따는 것은 운동 삼아서도 좋고, 단촐하게 가족 여행가는 기분이라서 더 좋다.

    문제는 버섯 캐기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다. 고사리도 그랬듯이 버섯 캐는 장소는 국가기밀 수준으로 보안이 유지된다. 여기 사람들은 대략 포트 콜린스, 볼더 뒷산, 와이오밍에서 버섯을 채취한다. 특히 올해는 버섯 풍년이어서, 수량도 많고 맛도 좋아 최상급의 버섯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팔면 제법 돈이 되니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아다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마치 올 한해만 버섯을 캐고 끝장 볼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주에는 버섯을 캐러 간 60대 아저씨가 길을 잃었다. 산속을 헤매다 경찰 수색대의 도움으로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가까스레 구조가 되었다고 한다. 경찰견까지 동원되면서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이 때 동원된 인력이 스무명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노인분들은 험준한 산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섯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일행을 잃어버려 낭패를 보게된다.   이럴 때마다 지역 경찰 수 십명이 투입되어 찾거나 헬기까지 동원되어 수색을 하곤 한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 당사자의 생명도 위험하지만 대외적인 이미지도 여간 깎이는 것이 아니다.

  미국 경찰들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혼자서 버섯을 따기 위해, 밤 늦게까지, 산 깊숙한 곳을 헤매고 다녔다는 사실이 이해가 될리 없다.   또 버섯 캐러 가면 버섯만 조심스레 캐고, 그 주변은 손으로 조심스레 덮어 정리를 해 놓고 와야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몇몇 한인들만 마치 전쟁터에 나선 전사들처럼, 버섯이 내년에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는 양 무자비하게 밟고 파헤쳐 놓는다. 다음 사람들이 보면 민망할 정도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본인 것만 캐면 된다는 생각에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와이오밍산 버섯이 고가에 거래된다고 해서, 정작 버섯은 볼더에서 채취한 뒤 와이오밍산이라면서 양심을 속여가며 거래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글이 적힌 쓰레기 봉지들도 이리저리 바람에 쓸려 돌아다니고 있다. 낯선 곳에서 만난 한글은 반갑기 마련인데, 산에 뒹굴고 있는 옥수수 수염차 빈병들, 영양갱 포장지, 새우깡 봉지들을 보면 낯이 뜨거워진다. 
  이대로 가다간 고사리 캘 때와도 같이, 머지않아 버섯을 따기 위해서도 라이센스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문득 스위스 융프라우 산 꼭대기에 있는 얼음동굴 입구에 한글로 쓰여진 ‘낙서금지’가 생각이 난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낙서를 많이 했으면 ‘안녕하세요’ 혹은 ‘어서 오세요’ 가 아닌 ‘낙서금지’ 라는 문구가 있었겠는가.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콜로라도에 사는 우리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실, 고사리를 캐러 가기 위해 필요한 라이센스도 한인들을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다. 늦봄 고사리 철이 되면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고사리를 캐러 간다. 이 라이센스는 고사리를 많이 캐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산을 훼손시키면 안된다’라는 의무감을 가지고 자연을 대해 달라는 뜻일 게다.   콜로라도에 살면 무, 배추, 고사리, 버섯, 고추 따러 다니는 풍경을 많이 본다. 이럴 때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자연을 훼손시키고, 용변도 함부로 보는 행동들이 꼭 따라다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곧 그랜비의 얼음 낚시철도 다가온다. 겨울내 꽁꽁 얼어있던 호수가 봄이 되어 녹으면 신라면 봉지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제부터라도 버리는 일행이 있으면 충고하고, 버려진 쓰레기 특히 한국인이 버렸다는 것이 틀림없는 쓰레기는 얼른 주워야겠다.    버섯 담기 위한 봉투만 가져가지 말고, 쓰레기 담을 봉지도 함께 꼭 가져가길 바란다. 전 세계인들이 찾는 콜로라도산이 한인들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는 오명은 절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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