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좋은 이미지를 보여왔던 가수 알렉스에 이어 2PM의 닉쿤이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둘 다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였다. 지난 4월 프로카레이서로 데뷔했던 알렉스는 카레이서 팀에서 퇴출되었고, 닉쿤은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연예계의 음주운전은 대중의 뭇매를 맞아왔다. 음주운전자를 ‘예비 살인자’로 보기 때문이다. 법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도 음주 후 운전행위를 대단히 위험한 행위로 보는 이유일 것이다. 울산의 한 택시기사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택시운전자격까지 취소되자 울산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택시운전자격 취소가 타당하다는 판결을 냈다.
이렇게 음주에 대해 냉정한 법이 유독 너그러운 분야가 있다. 다름아닌, ‘음주후 성폭력’에 관한 부분이다. 지난 6월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영 아름이 사건’의 범인은 이 사건 전에도 60대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상해미수에 그친 혐으로 복역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을 감량 받았다. 만약 이 때, 좀 더 엄중한 벌을 받았더라면 결과가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 형법 10조 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 사법부에서는 ‘심신미약’에 음주와 약물 복용을 적용하고 있다. 즉, 음주 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고도 술을 마셨다면 이 법을 적용하지 않지만, 그럴 줄 모르고 술을 마셨다면 범죄에 따른 벌을 감해주겠다는 것이다. 2009년 나영이 사건과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인한 전국민의 분노는 뜨거웠다. 성폭행에 ‘음주감형’을 적용하면 안된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 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공포되었다. 이 법의 19조에서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3-11조 범행을 저지른 경우,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음주감형’을 판사와 양형위원회(법원이 형사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형벌의 정도와 양을 결정하는 조직)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의 공포에 따라 최근 한 법원에서는 음주감형을 배제시킨 판결이, 또 다른 법원에서는 음주감형을 적용시킨 판결이 났다. 특별법이 공포되었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음주의 이유로 성폭행에 대한 벌을 가벼이 받은 것이다.
7월 14일 플로리다에서 음주 후 무단가책침입 혐의를 받은 A(58)씨는 장애를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다. 담당판사는 호소를 받아들여 보석금도 반으로 줄여주고 6개월 분납을 허용하는 감형조치를 해줬다. “평생을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던 죄수는 판정후 벌떡 일어나 법정을 떠나갔다. 판사는 황당해 했지만 이미 판결은 끝났다. 음주감형은 오로지 범죄자를 위한 것이다. 음주에 너그러운 법과 사법부의 판단 때문에 피해자들은 두 번 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