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성학회(Association for Sexology of Korea)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성학회는 비뇨기과, 산부인과, 정신과 의사와 성교육자, 성상담자 등 다양한 분야의 성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성에 대한 이슈를 논의하고 연구한다. 이번 학회에서는 남성의 발기부전, 포경수술, 여성 자궁암 환자의 성생활, 행복한 부부 워크숍, 섹스리스 부부치료 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섹스리스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는 논의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섹스리스 부부는 일반적으로 지난 1년간 10회 미만의 섹스를 한 경우를 말하며 미국의 경우 대략 20%가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섹스리스 부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섹스리스 부부의 근본적인 치료는 사랑의 회복에 있다. 이를 위해 진심어린 소통이 필요하다. 행복했던 옛일을 회상하고 함께 꿈꿨던 미래를 되새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꼭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어 섹스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다세대 등 주택 구조가 마음 편히 섹스하기에 알맞지 않은 데다 아이들이 늦도록 잠을 자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부부가 섹스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없는 것이다.그러나 진정한 섹스리스의 개념은 ‘얼마간의 기간 동안 섹스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어느 한쪽이 섹스의 결핍을 느끼면’이다. 그래서 어쩌면 각 개인이 가진 성욕구의 차이를 합의하는 것이 섹스리스를 없애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40대 이상의 서로에게 익숙한 부부에게 많이 나타났던 섹스리스가 요즘에는 30대 초반의 신혼부부에게서도 자주 발생해 고민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의 대응이 마련되고 있는 이유다. 각 지역의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행복한 부부관계’와 ‘갱년기 부부의 행복한 성생활’을 주제로 강좌가 자주 마련되고 있고 찾아오는 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애 때와 달리 부부가 되면 섹스를 급격히 멀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심리적이거나 환경, 관계의 불통이 섹스리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너무 낮아져 남편이 성욕을 느끼지 않고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경우, 여성이 섹스로 인해 고통이나 대단히 불쾌한 경험을 한 경우, 당뇨와 항우울제 등을 상시 복용하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무엇보다 너무 바쁘고 서로에 대해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데서 섹스리스가 오기도 한다.  때로는 파트너에게 실망했을 때, 섹스 제의를 여러 번 거절당해 상처를 받았을 때, 힘겨루기 등의 갈등이 섹스리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쪽이 너무 바쁘거나 출장이 많을 경우, 섹스에 대한 파트너의 무관심, 대화 부족도 섹스리스의 원인이 될 때가 있다.

아이의 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심신이 지치거나 너무 피로할 때(어린 아이를 가진 부부들은 바쁜 직업을 가진 경우보다 섹스리스가 더 많다), 아기를 낳고 한 첫 섹스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출산 후 여성은 호르몬 레벨이 바뀌어 거의 폐경기 여성 같은 상태가 되어 질 분비물이 적어진다) 섹스리스가 되는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한다.

외도도 섹스리스의 원인이다. 한쪽이 외도를 한 경우 2년 안에 섹스리스가 된다. 파트너의 성적 매력 상실, 외도로 인한 죄책감에서 오는 발기부전, 외도가 들통 난 후 파트너의 섹스 거부 등으로 섹스리스가 되는 것이다. 섹스중독이나 포르노 중독일 때도 섹스리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에게 성적으로 흥분을 느끼지 못하고 자극이 강한 포르노에 중독돼 웬만한 자극으로는 흥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느 한쪽만 섹스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혼 초기에 지나치게 섹스를 많이 한 것이 섹스리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적 자극이 습관화돼 신선함을 잃거나 신체적인 매력이 감퇴한 경우다. 반복적이고 동일한 방식에 의한 성적 자극에 익숙해져 섹스에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다.

섹스리스는 단지 섹스가 사라졌다는 것 이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의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신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각성에서 오는 자존감의 상실은 상대를 거칠게 대하게 만들어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기 십상이다. 평소엔 얌전히 건네주던 물컵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의도적으로 상대를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양보 없는 싸움이 시작돼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섹스는 단순히 몸의 만남이 아니다. 섹스리스는  몸이 하는 섹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선의와 호감과 끌림이 사라졌다는, 관계의 끝남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부의 섹스리스는 되도록 빨리 극복해야 한다. 섹스리스의 치료는 먼저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부 사이의 불통 기간이 서너 달을 넘으면 부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갈등을 일으키는 대화법이 이미 습관화되어서 대화가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왕왕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는 주변에 현명한 어른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하고, 서로의 장점과 매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낭만과 사랑, 서로에 대한 신뢰를 찾는 작업이 섹스리스를 치유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상대에게 준 상처에 따뜻한 치유의 입김을 불어넣는 것도 필요하다. 함께 꾸었던 미래의 꿈을 다시 한 번 공유하는 것도 섹스리스의 치유법이 된다. 육체적인 치유는 마음이 다시 열린 후의 일이다. 서로의 영혼과 마음이 행복하게 소통이 되고 나서야 서로를 터치하는 연습을 하고 성감대를 찾으며 새로운 섹스의 기술을 배우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그저 끌림이나 열정이 아니다. 그것은 의지이자 친밀감이고, 무엇보다 작정이다. 그런 사랑이 있어야 상대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서로 교통하는 섹스를 회복할 수 있다. 그래서 섹스리스는 사랑리스이고 관계리스이다. ‘결코 그의 인생에서 내가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내 인생에서 그를 떠나보내지도 않을 것’이라고 결심하는 순간 사랑의 불꽃은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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