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적부터 존재해오던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는 인간일까, 아닐까? 만약 인간이라면 언제부터 인간으로 간주되는 것일까?
낙태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논란의 쟁점이 되는 태아와 인간의 상관관계. 낙태 찬성자들은 ‘태아는 인간이 아닌 하나의 세포조직이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자가호흡을 해야 하는데, 태어나서 스스로 호흡하기 전까지 태아는 엄마의 뱃속에서 산소를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기생조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카톨릭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할 때부터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한다. 예레미야 1장 5절에서 “하나님은 어미의 태에서 우리를 빚기 전부터 아신다”고 하였고, 시편 139:13-16절에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미의 뱃속에서 창조하시고 형성하셨다고 한다. 출애굽기 21:22-25절에 보면 태에 있는 아기를 죽인 자는 살인한 자와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고도 했다.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성경에서는 뱃속에 있는 아기를 온전한 성인과 동일하게 여겼다.
태아의 성장과정을 보면 처음 1개월때만 해도 마치 긴 꼬리가 달린 해마처럼 보이다가 11주가 지나면 태아는 제법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5개월이 되면 신경세포가 발달하고 관절을 중심으로 팔다리를 움직이며 빛의 자극을 느낄 정도로 망막이 발달하고 외부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8개월부터는 눈동자가 형성되어 눈을 뜨기 시작하고 호흡 준비를 시작하며, 임신 마지막달에는 손톱이 길어지고 첫 호흡 준비를 하게 된다.
지난 5일, 롱먼트에서 임산부가 운전하던 차량이 음주운전자의 차량과 충돌해 태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임산부인 헤더 서로빅(27)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며칠 안에 출산을 앞둔 남아를 잃은 충격은 더할 나위없이 컸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적 기준치의 4배가 넘도록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사고를 일으킨 후 현장을 도주했다 나중에 붙잡힌 게리 쉬츠(52)는 지난 1980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6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적이 있는 상습범이었다. 그러나 볼더 카운티 지방검사측은 쉬츠에 대해 차량 사고를 낸 혐의와 뺑소니 혐의로만 기소를 하고 태아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콜로라도에서 태아는 법적으로 아직 인간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망 당시 몸무게가 이미 8파운드 12온스에다 “브래디 폴”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진 채 며칠만 더 있으면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던 이 태아는 결국 자신의 죽음조차 인정되지 못했다. 숨진 브래디는 누가 봐도 이미 완전한 인간이었다. 엄마 뱃속에 있었다 뿐이지, 사고 당시 언제라도 태어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런 아기가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사산되었다. 그러나 엄마 뱃속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브래디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한 가정의 행복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한 엄마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쉬츠는 살인죄를 벗어나 교통사고와 음주운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게 됐다. 그렇다면 브래디의 죽음은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일까? 콜로라도 법은 한참 잘못 되었다. 최소한 조산을 하더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8-9개월된 태아만이라도 인간으로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이 같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간발의 차로 세상 빛을 못 보고 억울하게 죽어간 브래디의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