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스페인의 유명한 엽색꾼 돈 주앙에 대한 이야기다. 이 엽색꾼이란 용어를 현대에 맞게 표현하자면 ‘섹스중독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현대판 돈 주앙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근래엔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의 외도 사례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섹스중독 문제가 표면화됐다. 의학계에서 섹스중독은 아직 독립된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일부 성중독자들은 ‘내가 성적으로 왕성한 걸 어쩌란 말이냐, 병이 아니잖으냐’라며 치료를 회피한다. 하지만 당사자뿐 아니라 대상자나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성중독은 명백한 치료 대상이다.

 성중독자들에겐 공통적인 증상들이 있다. 먼저 모든 중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조절되지 않는 충동이 성적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의 결과 심각한 의학적·사회적·법적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도 지속적으로 자기파괴적인 성적 행동을 추구한다. 그만두려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게다가 단절 의지에 비해 실제 성관계를 하거나 성적인 환상에 빠지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등 성 관련 행동의 강도나 횟수는 오히려 증가한다.

 안타까운 것은 섹스중독자들이 섹스를 했을 때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절실하게 추구했으면 기분이라도 좀 나아져야 할 텐데 반대로 섹스를 하고 나서 우울 또는 허탈하거나 후회와 죄책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섹스중독자들은 공허감, 스트레스, 갈등상황에 있을 때 그 해결책으로 섹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자기 위로의 ‘자위’다. 갈등과 위기에서 이를 직면하기 보다 성적인 판타지나 섹스에 대한 생각과 행동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섹스중독자들에게 섹스는 문제를 덮는 비뚤어진 대응 방식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더 큰 문제에 봉착된다. 이런 불안정한 삶과 관련해 섹스중독은 동반 질환이 많다. 우울증, 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에서부터 불안, 성도착증, 경계선 인격장애와 같은 다양한 성격장애, 심지어 조현병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80% 정도에서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중독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성중독의 치료에 있어 안타까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단순히 성충동이나 성욕의 억제로 여기는 것이다. 약물이나 교육도 필요하지만 성충동을 억제한다고 성중독의 문제가 완치되기는 어렵다. 그들의 결함인 공허감과 불안정한 관계를 안정적 관계로 되돌리는 ‘재활’이 중요한데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즉, 배우자나 이성과의 친밀한 관계 확보와 개선이 관건이 된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대략 5%의 인구가 성중독으로 보고됐다. 한국은 이보다 더 심할 가능성이 크다. 발달한 인터넷과 무분별한 성매매, SNS 등으로만 의사소통하는 세대가 늘어난 점, 무엇보다 대인관계의 기술이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 성중독은 더 늘어날 위험성이 아주 크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성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옳지 않을까. 모차르트 오페라 속 주인공 돈 조반니처럼 지옥의 불길에 떨어지는 것 같은 불행을 당하기 전에 말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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