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지난 월요일 새벽, 60대 남성이 자신의 화물 트럭을 몰고 종로구에 위치한 일본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았다. 일본 대사관 정문이 안쪽으로 1M가량 들어갔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런 일을 벌인 동기는 일본 대사관 맞은 편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을 세운 극우 일본인의 구속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남성이 그토록 처벌을 원했던 이는 스즈키 노부유키라는 사람이다. 스즈키는 지난달 일본대사관 맞은 편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옆에 ‘다케시마(竹島ㆍ일본에서 독도를 부르는 단어)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힌 말뚝을 세웠다. 이것이 일명 말뚝 테러이다. 말뚝 테러를 벌인 스즈키는 일본에서 이 말뚝을 ‘매춘부와 잘어울린다’고 광고하며 3000엔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더욱 공분케 했다. 그는 그 판매 수익금으로 한국에 다시 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위안부 할머니들은 스즈키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입국 금지 신청서를 제출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스즈키의 한국 입국을 금지했다.

   처음 필자는 말뚝 테러의 뉴스 제목만 듣고는 일본에서 일어난 일인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이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독도는 일본땅이라면서 말뚝을 박은 이 참담한 만행이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백주 대낮에 자행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인간들이 사는 나라에 국민성금 200억원을 넘게 모아 갖다 바친 대한민국 정부, 그들이 말뚝을 박을 때도 멍하니 지켜봤던 대한민국 경찰, 그들은 차마 일본의 만행을 더이상 넋놓고 지켜볼 수 없어 트럭으로 돌진한 이 남자를 바로 구속시켰다.

 스즈키가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말뚝을 박는 동안 소녀상 근처에는 경찰버스가 서 있었고, 경찰도 왔다갔다 했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는 않았다. 오히려 말뚝을 세우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반년 만에 반일의 상징이 두 개나 생겼다. 지난해 일본대사관 앞에 이 동상이 들어섰고 올해 5월에는 매춘부 박물관도 들어섰다. 미국에서도 매춘부 기념비가 뉴저지와 뉴욕 두 곳에 생겼다. 말뚝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이런 동상은 철거해야 한다”는 막말을 반복했다.

   올 3월부터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벌어졌던 동해표기 인터넷 한일전도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주 일단락되었다. 백악관의 인터넷 민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은 일본 열도와 한반도 사이의 수역에 관해 미국의 오래된 방침은 “일본해로 지칭하는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교과서에 동해로 기재되는 것은 힘들어졌다. 미국은 일본해라고 사용되는 것은 오래된 방침이라고 했다. 그 역사가 동해보다 더 오래된 일이라고 자신하는가. 동해는 지난 2000여년간 이어져온 표기이고, 일본해는 임진왜란 이후 이어진 300여년의 짧은 호칭일 뿐이다. 미국의 결정이 그렇다면 일본해에 떠 있는 독도가 언제 다케시마로 바뀔 것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 아닌가.

   미국 교과서에 동해 표기를 위해 이번 인터넷 전쟁에서는 2만5천여명이 넘는 한인들이 참가했었다. 포커스 신문도 백악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동해 표기를 찬성하기 위한 투표방법을 상세히 기사화했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현재 일본해로 기재되어 있는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동해 표기는 인터넷 투표에 참가한 2만5천명과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았지만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된장을 된장이라 하지 않고 고추장이라고 우기는 사람들과 맞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처음에는 괜히 일본과 맞서, 위안부의 이미지를 혼동시키고 독도를 일본이 원하는 국제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 재판소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독도에 대한 분쟁을 인식한지 오래이고, 위안부 문제 또한 힐러리 국무 장관이 강압적인 성노예였다는데 공감하면서 미국내에서 한일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가만히 두고 볼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독도, 동해, 위안부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왜곡 대상에 올려놓았다. 모두가 아는 고추장을 된장으로 우겨볼 셈이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북처럼 두들겨 맞아온 역사가 자랑스럽지 않다. 미국 정부차원에서 승인을 하지 않더라도 전세계의 교과서에 나오는 지도에 ‘동해’와 ‘독도’ 글자가 찍힌 지도를 한국 정부차원에서라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 아니면 미국내 각 주마다 한인단체가 주축이 되어 세계 지도 제작해 배포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지나치게 흥분하여 일본의 독도 침탈문제를 일부러 국제재판소까지 끌고 갈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가 진실을 알고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는 있어야 한다. 무관심해지는 순간, 위안부와 독도, 동해 표기분쟁은 새로운 논리로 둔갑되어 있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이 계속되면 그 거짓말을 차라리 믿고 싶어진다. 지금 일본인들이 그렇다. 일본 열도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울화통이 치밀어 트럭을 몰고 일본 대사관을 박차고 들어간 그 아저씨의 심경이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 말고, 계속 덤비는 놈을 한방에 눕혀 버릴 방법을 머리 모아 찾아야 할 때이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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