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절감한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터였다.  일이야 시간이 지나면 요령이 생겨서 쉽게 끝낼 수 있지만, 상사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들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참 막막했다. 특히나 상사와의 관계는 더욱 어려웠는데 특히, 아랫사람에 대한 막말과 여자라서 당하는 차별은 참기 어려웠다. 그래도 함께 공감하고 다독여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든 시간을 버텨내며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나 어려운 것은 인간관계인 것 같다. 특히나 벗어나기 힘든 작은 규모의 공동체라면 마찰도 많기 마련이다. 때려 치우고 나가면 쉽겠지만 언제까지 힘든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지구촌 사회가 되면서 ‘나’라는 존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심리학자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여섯 명을 건너서 연결된다고 말했다. 지구상의 인구가 60억 정도이고 43을 6번 곱하면 63억이니까 한 사람이 43명만 알고 있으면 6명 건너서 세계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내가 겪은 경험을 통해서도 세상은 참 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런던 공항에서 사진에서만 보던 후배의 언니를 우연히 만난 일, 윗 집에 이사온 사람이 내 친구와 대학 룸메이트였다는 사실, 잠시 다니러 온 손님이 친구의 절친의 배우자 될 사람이라는 것 등등 세상이 너무나 좁다는 것을 근 10년 간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소셜 네트워크를 접하면서 나도 몰랐던 관계들을 더 많이 발견하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숨을 곳이 없고 타인에 대한 평가 또한 비밀이 없다. 때문에 사람들과의 매듭을 짓고 푸는 일들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가족의 멘토는 항상 ‘마무리를 아름답게’를 강조하셨다. 원수 같이 지내던 사람과도 헤어질 때는 좋은 관계, 좋은 모습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무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은 타인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다. 나와 성향이 정반대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어렵고, 그냥 안보고 사는 것이 속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을 품을 수는 없다. 반대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이해 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갈등의 절반 정도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가장 흔하게 진단 받을 수 있는 MBTI 부터 사람을 9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 에니어그램, 에고그램, 5가지 사랑의 언어, 문제해결유형, 피플 퍼즐 등을 통해 나와 타인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나와 시간 개념이 전혀 다른 사람, 항상 리더이고 싶어하는 사람, 재미만을 추구하는 사람, 비밀이 많은 사람 등등 세상에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지개는 서로 다른 색깔이 모여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세상을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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