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걱정이 태산이었다. 할 일은 너무 많고, 시간과 인력은 없고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사는 기분이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청소년 문화축제건이었다. 지난해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막막했다.

 지난해 가장 문제였던 공연장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음향 시스템이 되어 있는 강당을 우선 알아보기로 했다. 오로라에서 가깝고 축제 참가자들인 청소년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위치를 찾다보니 가장 적합한 곳이 스모키힐 하이스쿨 오디토리움이었다.

 하지만 이 곳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길고 긴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스모키힐 하이스쿨과 체리크릭 학군 오피스, 오디토리움 담당자 등과 똑같은 내용으로 동시에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평소에도 전화를 잘 받지 않는 공무원들이 우리 행사라고 빨리빨리 답변을 해줄리 만무했다. 어쩔 때는 네번씩이나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내도 답변을 주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학교를 직접 찾아 간 일도 여러번이었다. 그렇게 해서 공연장 사용을 마무리 짓는데 4개월이 걸렸지만, 추가비용은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 있었다. 보험료 뿐 아니라 음향, 조명 테크니션, 보안요원 고용 비용, 그랜드 피아노 대여료 외에도 공연장 사용에서 30분의 여유도 주지 않고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미국은 미국인가보다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하루치로 계산해서 공연장을 빌리고, 그외에 추가비용은 입담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긴 여간 깍쟁이들이 아니다. 물론 행사 당일날 고생해 준 학교 담당자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지만, 준비기간동안 공연장 제반에 관련된 일을 정리하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또 하나의 걱정은 당연히 상금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줄 상금을 마련하는 일은 공연장 섭외에 비하면 훨씬 수월했다. 브릿지 크릭 빌딩, 가동 빌딩, 서울 바베큐 사장님들이 거금을 먼저 쾌척했고, 리커협회,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윤찬기 회계사, 강주영 변호사, 이상훈 변호사, 한아름마트, M 마트, 뉴스타부동산, 효한의원 등은 한번의 전화 통화로도 후원금을 보내주었다. 또, 노인회, 진흥각, 에이플러스 디자인 건축, 손석기 척추신경, 써니 헤어 등에서는 자발적으로 친히 후원금을 건네주기도 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사회를 맡아준 안희조씨 또한 큰 도움을 주었다. 예선때부터 참석해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행사 전반에 걸쳐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한달간의 시간을 행사에 투자했다. 예선때부터 본선까지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박민숙 사진작가도 고생많았다. 오후 내내 음향실에서 감독을 해준 작은 하늘 음악원의 박용환씨, 본인들의 시간을 쪼개어 참석해준 심사위원들은 오히려 감동의 무대였다며 심사를 맡은 것을 되려 뿌듯해했다. 이 얼마나 감동스러운 장면들인지 말로 다하기 힘들다. 이들이야말로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값진 봉사를 해주신 분들이다. 자기 주머니에서 1백 달러도 나오기 힘든 요즘같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선뜻 도네이션을 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한인사회의 공로자가 아닐수 없다.

 마지막 남은 걱정은 심사였다. 예선에 22팀이 참가해 이중 14팀이 선발되어 본선에 진출했다. 처음 생각은 12팀에게만 본선행 티켓을 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청소년 문화축제의 의미를 한번 되새겼다. 탈락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함이 이 문화축제의 의미였다. 그래서 2팀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본선날, 필자는 혹시라도 입상을 하지 못한 친구들이 실망을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각자 진지하게 연습을 하다가도 함께 웃고, 이야기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는 등 무대 뒤는 그야말로 소풍 나온 듯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러다가도 무대위로 올라가면 진정한 프로로 돌변해있었다. 이들의 모습에 우리 모두는 반해버렸다.

 3차 회의까지 걸쳐서 순위를 정해야 했으니 심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만하다. 애초 1명만 주려던 인기상도 2명으로 늘였다. 대상은 참가팀이 2명 이하일 경우에는 1천달러, 3명이상일 경우에는 2천달러의 상금이 걸려있었다. 2명의 금상 수상팀이 대상과 점수면에서 동점을 받았기 때문에 주최측에서는 대상과 금상 수상자를 바꾸고, 1천달러만 지출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6인조 밴드들의 협동심과 노력을 높이 평가했고, 이를 십분 반영해 6인조 밴드에게 2천달러를 흔쾌히 지급했다.

 참으로 고단했지만 기분 좋은 날이었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이 그랬다. 참가자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추억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은 평생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일을 해주어 고맙다며 필자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런데 이 청소년 문화축제는 포커스 신문사만의 행사가 아니다. 부모, 조부모, 친구, 친척 모두가 즐기는 가족 큰잔치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행사에 협조해준 모든 분들께는 감사의 인사를, 참가팀들에게는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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