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덴버와 도쿄 직항 노선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내년 3월부터 콜로라도 주민들은 매일 덴버와 도쿄를 편안하게 오갈수 있게 됐다. 유나이티드사는 이번 노선 결정으로 덴버시로부터 특별한 재정적 인센티브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도쿄 직항 노선 운행시 충분한 수익을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마이클 핸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일본 직항 노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설마했는데 그의 노력이 이렇게 빨리 결실을 맺을줄 몰랐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노력이 그리 달갑지가 않다. 덴버와 서울 직항 노선이라면 모를까, 일본이 부럽기도 하고 오히려 시샘이 날 지경이다. 콜로라도에 사는 모든 한인들은 서울 직항 노선이 생겼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할 것 같다.
핸콕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전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아시안의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이렇게 일본인들은 물심양면으로 핸콕을 도왔고, 그를 시장에 당선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보답 차원으로 핸콕 시장이 덴버와 일본간 직항 노선을 개설한 것은 아니겠지만, 핸콕 시장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국보다는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돌아다녀도 한국어 안내서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칸느의 오성 호텔 앞에 걸려있는 일장기와 일본말로 된 관광 안내서를 본 한국이라면 누구나 일본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유럽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한국어로 적혀있는 문구를 딱 한번 본적이 있다. 스위스 융프라우 꼭대기에 있는 얼음동굴 입구에서 발견한 그 한국어 문구는 부끄럽게도 ‘낙서하지 마세요’라는 문구였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의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일뿐이다. 국제적으로 일본의 위상이 한국의 한 수 위임은 확실하다.

 많은 국가들이 일본 관광객을 위해 식당, 관광지도, 안내서 등을 일본어로 제작해 두었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몰라도 여행하는데 불편이 없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일본어 브로셔가 잘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다르다. 세계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꼭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일본어가 세계 공통어는 아니지만 일본어만 사용해도 여행과 비지니스에 지장이 없다. 세계가 앞다투어 일본인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본인이 대접을 받는 것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잘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못사는 나라라서 대접을 못 받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살을 빼고, 웰빙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고, 철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고, 명품 핸드백과 골프를 사랑하는 우리가 못사는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가 믿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현지에 사는 우리가 나서서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더글라스 카운티를 포함해 여러 학군의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일본어, 중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해 수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콜로라도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어 과목이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된 적은 없었다. 이민 100년의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미진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덴버 국제학교(DCIS)가 한국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한 결정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금요일 DCIS에서는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다는 결연식이 열렸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서 총영사와 교육원장이 덴버를 방문해 한국 정부의 초기 개설지원금 5만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학교측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등록을 정식으로 받기 시작했다. 이로써 덴버 국제학교는 콜로라도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채택한 학교가 되었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콜로라도 주류사회의 한국어 교육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번 덴버 국제학교에서 한국어가 채택될 수 있었던 데에는 샌프란시스코 교육원의 김신옥 원장과 덴버의 김순자씨, 통합한국학교 등의 공이 컸다.  하지만 한국어학과의 운명이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놀랄 만큼의 호응을 등에 업고 괄목성장할 수도 있고, 저조한 관심과 예산 삭감으로 1년 만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제 갓 시작한 한국어과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인사회 자체적으로 후원회를 조성해야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국어를 사랑하는 모임’ 즉 한사모라는 비영리 단체가 결속되어 바자회 등의 활동으로 자체 기금을 마련해, 필요한 학교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 덴버에도 이런 단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성과를 가로채거나, 결과를 시기하거나 혹은 이름만 묻어 가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티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비록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이 서포트 단체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대외적인 안목을 가지고 협조하도록 하자. 한국어가 일본과 일본어의 위상을 뛰어넘어 세계 공통어가 될 때까지 말이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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