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로 BTM 영어교실을 시작한 지가 꼬박 1년이 되었다. 그 동안 수업량을 보면 주로 장년들로 구성된 반은 현재까지 전체적으로는 약 천 5-6백 개에 가까운 표현을 익혔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서 사용되는 표현들로 적지 않은 표현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표현들이 단편적인 상황에서 소개되는 표현들이므로 상황과 상황이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의 대화체 표현을 내포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이 많이 빠지고 중간 중간에 들어본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그처럼 많은 표현을 갖고 계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수업을 통해서 소개되는 영어의 양이 점차 많아지고 1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과 기대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떤 분들은 영어가 되기 시작하여 손님을 만나면 즐겁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경우도 있는 반면, 아직도 배운 말밖에 다른 말은 하기가 어렵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초기에 대단히 열심히 수업에 참석하면서 공부를 하시던 분들 가운데 여러 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열심히 경주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 분들이 나름 열심히 한다는 좋은 소식을 들을때마다 혹시 그 분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덜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 동안 공부를 한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천 5-6백개의 표현의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계시는 분들도 꽤 있다.

그러면 그분들의 영어는 어떨까? 아직 스스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말과 못하는 말이 훨씬 더 많다고 느끼고 있다고 본다. 특히 BTM이라는 온실 안에서만 그 표현들을 익히고 아직까지 밖에 나가서 부딪혀보지 않는 분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본다. 그렇지만, 막상 세상에 나가서 영어에 부딪히다보면 그 표현들 하나하나가 진가를 발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하고 본다. BTM 영어의 보람을 이미 느끼기 시작한 분들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은 얼마나 더 해야 영어가 될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과연 될까, 라는 불안한 마음과, 그렇게 했는데도 고작 이정도야, 라는 회의적인 느낌이 드는 분들도 때대로 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어느 옹알이 카페 회원이 질문을 올렸다. 영어습득을 위하여 BTM 1단계에서 익히는 7-800개의 독립적인 표현들을 도대체 몇 번이나 반복적인 암기를 해주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즉, 영어습득을 위한 반복적인 암기 횟수의 임계량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임계량이 얼마나 되느냐, 라고 질문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1000번이고 어떤 사람은 4000번이라고 했다는 설명과 함께.

과연 몇 번을 반복해서 암기하면 영어가 될까? 이에 대한 나의 답은 반복적인 횟수를 기준으로 하는 임계량이 아니라, 그와 같은 표현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되는 기간, 즉 시간의 임계량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간의 임계량은 마치 우리가 식사를 하고났을 때에,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어 각각의 영양가가 우리 몸에 공급되어, 완전한 에너지로 전환되기까지 요구되는 시간의 임계량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음식을 하루 종일 3끼가 아닌 30끼를 먹는다 해도, 위에서 그 음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바로바로 배설을 한다면, 우리는 그 음식들로부터 영양가를 거의 섭취하지 못하고, 원기를 잃게 되어, 건강을 유지하는데 실패하기에 이른다.

결국,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영양가를 십분발휘하여 몸에 흐르는 에너지로 전환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위에서 충분한 시간동안 보유를 해주어야 하고, 왕성한 소화운동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두 가지의 조건이 반드시 성립되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영어를 입으로 섭취한다고 해도 머리 속에 충분한 시간동안 담아놓고 왕성한 옹알이 운동을 통하여, 섭취된 영어가 완전히 분해되어 각각의 영양가들이 우리의 직관에 스며들도록 하지 않으면, 우리의 영어는 영양실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영어가 소화되는 시간은 소화력이 왕성한 젊은 사람들일지라도 최소한 1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2년 정도만 열심히 모아둔 영어를 최대한 빠뜨리지 말고 들들 볶으면서 보내면 그 영어들은 완전히 소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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