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4일에 덴버시는 제목 그대로 ‘무전유죄(無錢有罪)’를 실천할 예정이다.   덴버 시 의회가 노숙자(Homeless)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덴버의 쇼핑거리인 16번가 몰을 비롯한 덴버 다운타운은 오래 전부터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노숙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돈을 구걸하거나 길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은 시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더러 위화감마저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 히큰루퍼 전 덴버 시장은 2015년까지 덴버에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부족한 시 재정을 나눠 저렴한 주택 공급과 각종 노숙자 프로그램 등에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숙자의 수는 오히려 증가해 2005년의 4,693명에서 2012년에는 5,271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덴버시 의회가 내놓았다는 안이 고작 투표를 통해 시 경계선 안에서 노숙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경찰이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이 없으면 죄가 된다’는 무전유죄가 현실이 될 판이다.   덴버시의 이런 지극히 근시안적인 대처는 노숙자를 없애기 위해서 가장 저렴한 방법인 일단 눈에 안보이게 치우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노숙을 죄로 규정하면 이들은 서둘러 집을 구할 것인가? 그렇게 쉽게 집을 구할 것이었으면 애초에 노숙자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자로 몰릴 판이 된 이들 노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밖에 없다. 바로 떠나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 체포되지 않기 위해 덴버 인근 도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오로라를 비롯한 덴버 인근 도시들은 새로이 유입되는 이들 노숙자 문제를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그 부담은 납세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노숙자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뾰족한 답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노숙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누가 봐도 답이 뻔한 것을 투표에 부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덴버시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고심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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