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에 있는 작은 신학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대학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됐다. 언론에서는 맨처음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용의자가 ‘한국계로 추정된다’는 타이틀을 사용했고, 몇 시간 후에는 ‘한국계’로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한국계 시민권자인 용의자 고원일씨는 사건당일인 2일 오전 10시30분경, 5구경 캘리버 권총을 들고 강의실에 난입하여 강의실 첫 줄에 앉아있던 여학생의 가슴을 겨누고 곧바로 총을 쐈다. 이어, “줄을 서라. 내가 너희를 모두 죽여버리겠다”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을 벽에 기대어 서게 한 뒤 무차별로 총격을 가했다. 총격을 받은 5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부상당한 5명 중 2명은 인근 하일랜드 병원에 도착한 뒤 숨졌다. 고 씨는 학교에서 벗어나 차를 타고 약 8km 떨어진 세이프웨이 쇼핑몰로 가서 그 곳의 경비원에게 “경찰을 불러 달라”라고 말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체포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퇴학처분에 앙심을 품고 6일전부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33명이 사망한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격사건, 5명이 사망한 2012년 2월22일 애틀란타 한인 일가족 총격사건, 그리고 오이코스 신학대학 총격사건, 이런 한국계 관련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난감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편하고 화가 난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이미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다른 이슈로 얼른 덮여져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유를 살펴보면 모두 이민 부적응에서 비롯됐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인 조승희는 8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온 후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했고 외톨이로 지냈다. 심지어 고교시절에는 주변 학생들이 그의 침묵과 무표정한 얼굴을 비웃고 일부 학생들은 물건을 던지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차별과 멸시로 인해 언어와 관습이 전혀 다른 미국 사회에서 받아야 했던 문화적 충격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적응이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만들었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잔혹한 행동으로 폭발했다.
막 성인이 된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번 사건의 용의자 고씨도 조승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결혼 실패, 빚,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수퍼마켓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겨우 생활을 꾸려나가면서도 불같은 성격에 사소한 시비도 참지 못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심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작년에는 동생과 어머니가 잇따라 세상을 뜨면서 더욱 말수가 적어지고 외톨이로 남았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는 생각에 입학한 오이코스 대학에서 학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던데다 학비 문제로 학교와 다투고, 서툰 영어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따돌림까지 당하면서 그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그는 결국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끼고 총기를 구입하게 된다.
물론 미국인들의 공식적인 코멘트는 개인의 범행을 인종이나 민족 전체로 연관짓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기류를 종종 느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한인들이 피해를 받을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이민와서 살다보면 모국에서 전혀 느낄수 없는 비주류로서 가지는 소소한 감정들이 고리채 이자처럼 늘 붙어다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해자가 ‘한국인’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번 총격 사건뿐 아니라 대대적인 미국내 마사지 팔러 검거 작전에도 한인들의 이름이 종종 오르내릴 때도 그랬다. 비록 법적인 처벌 범위안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노름에 빠져사는 대표적인 민족도 한인이다. 너나 할 것없이 잘난 사람들이 많아 절대 단합되지 않는 민족도 한인들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상대방의 약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눈동자를 굴리는 이들 또한 한인들이다. 나이 먹으면서 대접받지 못한 이유를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찾는 이들도 한인들이다.
이번 참사가 이민자들의 아픔이라는 것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인의 민족성이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교육의 현장에서 발생한 참사들은 교육열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한민족의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사건의 가해자는 분명 미국 시민권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계’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것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만, 이런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며 봉사하는 한인들이 더 많다는 것을 주류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 외국에 살고 있는 한 우리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홍보대사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편집국장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