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언어과정을 할 때 가장 난감한 것은 ‘정전’이었다. 중요한 시험 전날 갑작스런 동네 정전은 도무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방 또한 전기였기 때문에 겨울에는 집안에서 이를 부딪혀가며 덜덜 떨기도 했다. 전기가 없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 두 시간의 정전만으로도 너무나 불편하다. 늘 사용하는 데만 익숙했지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별 관심없었던 전기,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에 대해 이제는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할 때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에너지 생산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글로벌 강연 컨퍼런스인 TED 강연 중 주목할 만 한 것은 ‘원자력 에너지, 과연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처음 시도되는 토론이었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찬성의 입장에서 태양력, 풍력 등의 자연에너지의 한계를 원자력 에너지가 대체할 수 있으며 태양에너지보다 적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박해 마크 제이콥스는 현재 자연 에너지만으로도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으며 자연 에너지는 핵이 안고 있는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토론이 있은지 1년 후에 일본 원전사고가 났다. 그 일년 후, 지난 달 9일에는 우리나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정전사고가 있었다. 1호기가 정전된 상태로 12분간 운행이 정지된 사실을 한 달간 쉬쉬하다가 일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어떤가? 후쿠시마와 수도권 일부 거주자는 원자로 실험실에 갖힌 꼴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피해상황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원자력공학자이자 반원전 운동가인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62) 일본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실 조교(한국의 조교수)는 “법정 방사선관리구역과 다름없는 곳에 주민 복귀와 농사를 허용한 것은 일본이 법치국가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또한 그는 화력과 수력발전을 최대한 가동하면 전력은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독일에는 21개의 핵발전소가 있다. 그런 독일이 일본 핵사고 후 3개월 만에 핵포기를 선언했다. 7개의 오래된 핵발전소는 당장 폐쇄하고 나머지는  2022년까지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은 핵 발전 포기를 선언한 이후에야 그 후유증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핵 발전을 포기하면 대체전력을 어디서 공급 받을지, 전력 가격 상승은 어떻게 될지 등의 근본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따지려는 언론이나 전문가도 없다.

 불을 잘 사용하면 득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오늘 우리가 편리하게 누리고자 하는 것 때문에 사용하는 원자력 에너지는 당장은 우리에게, 나아가서는 다음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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