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컴퓨터로 하는 소셜 네트워트가 발전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다. 대통령에 출마하거나 정권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 결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가 바로 선거 유세이다. 거리에서 혹은 재래시장에서 진행되는 선거 유세는 아주 효과적이다. 지난해 시민혁명으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도 거리 유세였다. 박 시장은 투표 당일에도 노량진 수산 시장에 들러 상인들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면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그러면서 박원순이라는 인간을 다시 한번 서민들에게 각인시켰고 이러한 박 시장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가호호 다니면서 그들과 했던 눈높이 악수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나는 경상도 토박이이다.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녔다. 이후 미국오기 전 10년동안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또 직장에 다녔다. 그러나 경상도 출신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젊은 시절 필자는 호남에 대한 알 수 없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벗어난 계기가 있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필자는 그동안 주위환경으로부터 형성된 애매한 비호남 선입견으로 인해 그의 대선 출마가 달갑지 않았다. 당시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회출입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그날은 국회에 별일이 없어 하루종일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기사를 마감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광주일보, 무등일보에 근무하는 선배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유세를 보러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생각없이 그들을 따라나섰다. 이 날을 기점으로 필자는 그동안에 가졌던 호남 편향적인 시각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TV 뉴스나 신문, 잡지에서 보고 들었던 김대중씨가 아니었다. 그 넓은 청량리 역에 발 디딜 틈없이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은 선거 유세를 더욱 압도적인 분위기로 조성시켰다. TV 에서 들었던 그의 어눌한 발음과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는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훈장이었다. 그날 그는 한국 정치에 없어서는 안될 영원한 청년이었고 집념에 가득찬 그의 목소리는 전 서울시내를 뒤덮으면서 민주정치의 선봉자임을 증명했다. 그는 연설 후 강단을 내려와 앞줄에 앉은 시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선배들 덕에 맨 앞줄에 카메라를 들고 서있었던 나에게도 김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의 따뜻한 손이 아직까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의 눈맞춤과 악수로 인해 필자의 오래된 선입견이 바뀌었으니 그의 유세는 확실히 성공한 셈이다. 직접 만나고 나니 그렇게 친숙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최근 포커스 신문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마이클 헨콕 덴버시장과 스티브 호건 오로라 시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가던 날이 생각난다. 한인이라는 소수민족을 만나는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봤다. 워싱턴 포스터지나 뉴욕 타임즈와 같은 거대 언론사도 아니고 주류사회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성의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히려 한인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감사해 했다. 이들은 한 시간이 넘게 우리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면서 한국과 한인사회를 배우고 있었다. 한국 음식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던 핸콕 시장은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 식당에 대해 이것저것 자세하게 질문을 했다. 오로라 시장은 본지 신문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면서 신문사를 방문해 신문을 챙겨가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메일을 보내 한인사회의 참여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올초 신문사로 신년 인사말을 보내면서 손수 서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시장들과의 만남은 덴버와 오로라시 그리고 한인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어 놓았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유명한 덴버 상공회의소 탐 클락 또한 직접 만나자 얼마나 많은 얘기를 쏟아 놓았는지 모른다. 이들과 직접 눈 맞추고 대화하면서 한인사회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첫 단추는 잘 끼워진 셈이다. 이메일로 혹은 전화통화로는 이런 관계를 이끌어낼 수 없다.
신년 기획으로 보도한 ‘교육현장을 가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했다. 한인사회가 얼마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교육계와 한인사회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전화통화가 아니라 직접 만나 눈높이 악수를 나누었다. 한인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체리크릭 학군의 메리 체슬리 교육감과의 인터뷰는 잊을 수 없다. 미리 보내준 질문지에 깨알같은 답변을 적어온 그는 한인사회의 교육열과 한인 학생들의 우수성을 칭찬했다. 또 그는 ‘한인 미디어와 인터뷰를 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오히려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덴버, 오로라, 체리크릭, 더글라스 카운티의 교육계 수장들과의 만남은 그들에게 한인사회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거리 유세가 효과적인 이유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 때문이다. 올해 포커스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눈높이 악수를 나누며 한인사회를 유세할 생각이다. 교민 여러분들 또한 자신의 가게를 찾은 고객들과 따뜻한 눈빛을 나누고 다정한 인사말을 전하면서 ‘착하고 열심히 사는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성심껏 심어주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