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가 각박한 이유는 한국을 떠나 뿌리 없는 나무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 있고 자신을 지탱해주는 근원이 없기에 더불어 사는 방법에 서툴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에 살다 보니 각박하다 못해 정나미가 떨어질 때가 많다.

미국 사람들은 지나가다 약간만 부딪혀도 Excuse me라는 말이 입에 붙어있는 것을 보면 이기주의보다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개인주의’의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때로는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한인 사회는 그 ‘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남에게 피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그것이 상대방을 폄하하고 소문을 조성하고, 괴롭히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개인주의가 낫다.

흩어져 있는 한인사회에서 단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심점은 한인 기관단체들이다. 그런데 이 단체들에 관련된 몇몇 인사들은 보면 봉사정신보다는 명예욕에 눈멀고,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한인들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단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활동을 안하고 있는 단체들은 한인사회에 부끄럽긴 해도 오늘 칼럼의 주인공은 아닐 테니 다행스런 일이다. 한인사회 몇몇 인사가 그 기관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이 대외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내밀고, 사사건건 단체 일에 간섭을 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이는 자신들이 한인사회의 공인이라고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과의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뒷조사를 하고, 일명 그들에게 찍힌 회사에 불법체류자나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이들이 있나 없나를 감시하더니, 급기야 이민국에 전화를 해서 고자질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을 서슴지 않고 한다면 이는 한인사회에 봉사하는 기관의 일원이 아니라, 한인들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신의 명예직을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짓거리야 말로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러운, 천인공노한 일이다. 호시탐탐 다른 사람의 약점을 노리고 괴롭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 받을 수 없는 한인사회내 공공의 적이다. 남을 괴롭히는 일을 보고 우리는 “밥 먹고 할 일 없으니 별일을 다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밥 먹고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차이가 난다.

이민 사회에서 신분이라는 족쇄에 묶여 얼마나 많은 한인 동포들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도, 나서서 도와주고 감싸주어야 하는 한인 단체의 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신분이 안 되는 것들이…” , “ 다 이민국에 신고해야 해”하는 말을 생각 없이 할 때마다 듣기가 민망하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장사 잘되는 식당을 호시탐탐 기웃거리다가 헬스 디파트먼트에 고발에 장사를 방해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안간 힘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가게를 아예 “망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의욕을 상실시키고, 남의 말을 생각 없이 내뱉어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자신도 영주권을 받기 위해 위장 스폰서 업체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경우는 절대 곱게 봐주지 않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한인사회에 정나미가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한인사회에도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적 홍길동이 필요할 것 같다. 할리우드판 수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스파이더 맨이라도 좋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불의와 불법도 마다 않는 인간들을 되려 응징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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