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꿰면 계속 잘못되게 마련이다. 잘못 꿴 첫 단추부터 풀지 않으면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할지라도 결국 시간과 비용, 노력을 낭비하는 헛수고만 하고 만다. 어떨 때는 오히려 일이 더 꼬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잘못 꿴 첫 단추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심지어는 불가능한 성과까지 기대하는 모순이 현실일 때가 많다.
2000년하고도 11년을 더 살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 2011년 12월이다. 지난 11년을 되돌아 보면 덴버 한인사회에도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일들이 더러 있다. 한인회의 분쟁, 노인회간의 분열, 각 단체간의 쓸데없는 명예욕 열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었던 몇 년 동안의 한인회, 노인회간의 그 분쟁이야 말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첫 단추의 시작이 먼저 고소한 사람이 되었건, 고소를 하게끔 만든 사람이 되었건, 그 오랜 시간 낭비한 돈과 정열,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 결과는 한인회관이 팔렸고, 또 다른 한인회가 하나 더 생겼다. 그리고 쓸데 없는 분쟁으로 아까운 변호사비만 날려 버렸다. 결정적으로 이로 인해 한인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그 돈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했으면 칭찬이라도 받았을텐데 말이다. 그러고도 최근에 또다시 한인회, 한인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분쟁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여지껏 자신들이 했던 일에 대해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들임이 확실하다. 한인사회의 화합이 아니라 분쟁을 주도할 때는 한인회라는 타이틀은 이제 그만 쓰길 간청한다. 누가 봐도 성격상 개인 감정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것은 재판장에서 너무 부끄럽다. 누구 맘대로 우리를 대표한단 말인가. 하기야 지금까지 별다른 직업을 가지지 못한 관계로 딱히 부를 직책이 없다는 것도 이유일 수 있겠다. 여하튼 이러한 분쟁에 있어서 문제는 첫 단추를 다시 끼우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것에 있다.
신문사들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일들이 더러 있다. 처음엔 더 좋은 기사를 실어야겠다는 열정에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결국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그대로 베껴오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인터넷에 의존하다보니 인터넷 기사를 본인들이 쓴 기사처럼 착각해 거침없이 베껴올 때도 있다. 한국의 신문사에서 인터뷰한 기사를 마치 직접 인터뷰를 한 것처럼 각주없이 버젓이 싣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각 신문사의 언중을 대표하는 칼럼까지도 그냥 옮긴다. 차라리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만 한 줄 적어놓는 편이 낫다. 터무니없게도, 전세계 어느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문 이론의 새로운 역사가 덴버에서 종종 만들어진다. 이때문에 덴버 동포들은‘신문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싶다. 하루빨리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신문이 광고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년을 위해 포커스부터 먼저 돌아보겠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발달로 인해 악플러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단순하게‘잘난척 너무한다’는 글을 한 줄 올린다고 해도 악플러들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마음껏 설을 푼다. 그리고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연예인 중 몇 명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악플러들에 대한 뾰족한 처벌이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딱 맞다. 실컷 질러놓고, 잡히면‘재미로 그랬다’라는 어이없는 대답을 한다. 만약 첫 댓글이‘너무 예뻐여’라고 적혔다면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얼마전 사물함을 정리하면서 오래전 덴버 중앙일보 웹사이트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프린터해 둔 자료를 찾았다. 실명거론은 물론이고, 비아냥과 일회성 발언들이 그득했다. 그에 비하면 현재 포커스 웹사이트는 양반이긴 하다. 쌍욕이나 비아냥은 없다. 비판의 칼날은 어디든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웹사이트도 첫단추가 중요하다. 무조건 비난하는 내용이 아니라 여론을 수렴하는 토론의 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사용자들은 부디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
이민사회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진 일은 신분 때문에도 종종 발생한다. 합법적이지 못한 신분 때문에 이민 변호사만 믿었다 큰 코 다친 일도 많다. 어찌되었건 변호사가 부르는 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고, 또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쩔쩔 맬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신분이 엮여 있으면 그들의 요구 사항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과감히 변호사를 바꾸거나 한국에서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만들어 오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용기를 내어 그 변호사를 혼낼 방법을 찾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 누구를 만나서 놀음에 빠지게 되었다든지, 누구와 싸움을 하게 되어 감옥을 가게 되었다든지, 누구와 술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든지 하는 경우에서 당사자들은 삐뚤어진 첫 단추가 모두 주변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그 첫 단추도 본인이 채워야 하고, 잘못 끼워진 단추도 본인이 다시 풀어 고쳐 끼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잘못 채워진 단추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편집국장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