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수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197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는 한국일보가 최고의 권력을 자랑하는 신문이었다. 한국일보에 입사하려면 학벌은 기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엘리트 집단이라고도 했다. 당시 언론의 최고봉에 있었던 한국일보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1면에 大統領(대통령)이라고 써야하는데, 犬統領(견통령)이라는 한문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한자의 큰 大(대)자 오른쪽 위에 점이 하나 더 찍혀 개 犬(견)자가 되어 버렸다. 개통령이라는 말이다. 사회적 파장은 불보듯이 뻔했다. 그러나 다음날 신문은 아주 간략하게‘견통령을 대통령으로 정정한다’ 는 기사 한 줄을 내보냈을 뿐이었다.
필자 또한 언론사에 몸담은 지난 20여년을 돌이켜보면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포커스를 창간한 이후 있었던 몇 가지의 일들을 정리해 보고 싶다. 포커스 팀들은 힘을 합쳐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은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신문 제작의 응당한 절차라고 믿기 때문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태도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기도 하다. 

 지난해인가, 한번은 신문에 써머타임이 시작되는 날짜가 잘못됐다. 그래서 이미 배포된 신문을 걷어와 하루종일 스티커 작업을 한 일이 있었다. 너무 많은 분량이라서, 주변에서는 스티커 작업을 만류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할 것이라며, 눈 한번 딱 감으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직원들 모두가 힘을 합쳐 스티커 작업을 강행했고  신문은 오후 늦게 배포됐다. 이는 신문사로서 책임을 다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기에 가능했다. 

 어떤 회사의 업소록에서도 사소한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8년전 한국일보 덴버지사에서 근무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00% 완벽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어느 신문사이든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포커스 업소록에 나간 광고 중 하나에도 문제가 생겼다. 마지막에 광고주가 고쳐달라고 했던 영업시간의 일부가 고쳐지지 않은 채로 책이 나왔다. 지인들은 그렇다고 해서 광고비를 안주고, 안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면서 펄쩍 뛰었지만, 필자는 업소록 광고비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1년동안 신문 광고도 공짜로 실어주었다. 금전적으로는 상당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지금까지 어떤 신문사에서도 이 정도로 책임을 다한 적은 없었다고 자신한다. 잘한 것 아홉 가지보다 잘못한 한 가지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고, 이를 지킨 것에는 지금도 후회는 없다.

 얼마전 <박헌일 vs 바비킴, 박준서>재판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에도 시비가 있었다. 민사, 형사 재판이 동시에 걸려있는 사건이라 취재 중 혼선을 빚어 호칭에 실수가 있었고, 때문에 정정보도를 했다. 박헌일씨를 상대로 바비킴씨와 박준서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장에는 박준서씨의 이름이 원고란에 버젓이 적혀 있다. 비록 박준서씨가 형사 재판의 고발인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민사 소송의 원고이고, 형사 재판의 핵심 증인이다. 재판 절차상 담당 배역의 호칭이 달라졌다고 해도, 박씨야말로 이번 사건의 중심 인물이다. 그가 이번 케이스에서 바비킴씨의 최측근으로 활약한다는 것은 온 동포사회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준서씨 본인은 이 재판과 상관 없다면서, 막말과 함께 협박성 멘트가 적힌 편지를 팩스로, 이메일로, 우편으로, 동네 신문사들에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런 그의 행동은 한마디로 말해서‘오두방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박준서씨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 중 신문기사 제목 부분은 이렇게 보면 된다. 최근 한국의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씨를 고소한 사건의 기사 헤드라인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강용석 의원도 그의 변호사를 통해 최씨를 고소했지만 이 사건의 기사 제목은 단순히 <강용석 의원vs최효종> 이다. <검사vs 최효정>라는 타이틀은 한 건도 없다. 기사 제목에는 사건 당사자들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고소 고발에 의해 진행되는 재판은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재판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재판의 제목은 <박헌일vs바비킴, 박준서> 로 주로 쓰여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의로 한 일이 아닌 이상, 정중하게 신문사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된다. 정정보도는 협박이나 막말에 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이뤄지는 일이다. 신문사가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의 오두방정까지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인회장을 지낸 자가 격식있고 정중하지 못한 방법을 택한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이다.  이쯤해두고  창간 5주년이 넘도록 포커스 신문사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올해 초, 신문사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고, 대외적으로는 언론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회에 회의가 들었다. 그런데 10월20일자로 <박헌일vs바비킴, 박준서> 재판에 관련된 데스크 칼럼(www.focuscolorado.net)이 나가고 난뒤,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하는 감동의 편지들을 보내왔다. 이를 계기로 신문에 대한 권태기에 빠져있던 필자는 다시한번 힘을 얻게 되었다. 감사하다. 앞으로 독자분들의 더 힘찬 응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다시한번 신발끈을 단단히 매어볼 생각이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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