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록 마지막 파일을  한국으로 넘겼다. 새벽녘에 눈을 비비고 사무실로 나와 마지막 교정을 본 후 교정파일을 인쇄소로 보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상쾌하기보다는 전신이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업소록 제작진들이 모두 업소록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업소록은 별 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없어진 업체도 많아서 업체 리스팅을 일일히 확인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업소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전화통화를 시도해서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세번, 네번, 다섯 번까지 전화를 한 곳도 있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 업소라면 차라리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전화 통화를 시도하다가 통화가 되지 않을 때에는 팩스로 답변을 원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막바지에 이르러 밤10시에 전화를 걸어서 “늦게 전화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며 확인 작업을 마쳤다. 업소록 책에 정확한 리스트를 싣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에 가끔 당황하는 업체도 있었다. 

 업소록 마감 날짜를 잡아놓고 마감 일주일 전부터는 거의 밤샘 작업을 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고 밤을 지샌 적은 있지만, 이렇게 일하면서  밤을 지샌 날은 드물다.  저녁을 먹고 8시까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작업을 하다가,  밤11시가 되면 짜증이 섞인 한 두 마디가 오가고,  자정이 지나면 아예 입을 다물고 묵묵히 일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상대방의 성격 파악도 되고,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생기게 됐다. 새벽 퇴근을 하면서 우리가 밤새 먹은 음식 봉지들을 보며 배를 잡고 웃은 적도 있다. 교정을 보다가 너무 많은 수정사항을 지적한 동료에게 오히려 눈치를 주면서 적당히 하라고 말했다. 한창 업소록 제작을 마무리해야할 때, 메인 디자이너가 모나코 왕실의 전시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출장을 떠났는데,  멀리 모나코에서도 짬짬이 광고 디자인 작업을 해서 보내는 성의가 기특하기도 했다.  일에 지쳐 있을 때 “그래도 이왕 하는 것이니 정확하게, 잘 나오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며 서로를 격려한 적도 많았다. 이런 동료들이 있었기에 웃음을 잃지 하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던 주변 분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광고 수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타사의 광고 가격 인하에 따라 출발부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포커스 신문사를 잘 봐 준 덕택에 지난해와 비슷하게, 180여 개가 넘는 업체가 이번 업소록에 광고로 참여했다. 업소록을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던 지난 5월, 불경기인 탓에 광고업체를 100개 정도 목표를 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감개가 무량하다. 한국 인쇄소에서 미국까지 배송기간이 약 6주 가량이 걸린다고 하니 12월쯤이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2 업소록은 보기 편한 목차, 정확한 업체정보, 세련된 광고 디자인, 깔끔한 편집으로, 전미주 어느 곳에서도 만나기 힘든 ‘잘 만든 업소록’이라고 자부한다. 특히 목차 부분은 일반적인 <가나다 순의 목차> 외에도 편리한 목차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보기 쉬운 업소록으로서 기대해도 좋다.   부록 편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콜로라도의 특화된 생활 필수 정보를 꼼꼼히 챙겼다. 덴버로 갓 이주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 콜로라도 주요 학군, 도서관 목록, 대학 정보, 그리고 더욱 업그레이드 된 콜로라도 여행지를 두루 소개했다. 특히 콜로라도 한인들이 경영하는 맛있는 식당과 먹거리 등을 소개한 부분 또한 오랜 시간을 투자해 제작한만큼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번 <포커스 2012업소록>은 많은 사람들이 포커스 신문사를 믿고 참여해준 감동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우리 제작진들,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포커스 업소록을 선택해 준 광고주들, 그리고 업소록 제작기간 동안 집안일과 아이들을 책임지고 돌봐준 숨은 공로자, 제작진들의 남편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앞으로도 포커스 업소록은 ‘광고도 정보’라는 개념에 걸맞게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정확한 업체명과 전화번호, 콜로라도 각종 정보들을 꼼꼼히 제공할 생각이다.  포커스가 제작한 이 업소록이 이민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 필수품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