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숙 기자

 지난 8일, 지구온난화로 인해 2015년 여름이면 북극해 빙하가 다 녹아버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피터 워드햄스 교수는  북극해 빙하 면적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빠르면 4년 안에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2030년대까지 빙하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등의 연구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워드햄스 교수는 여름에 녹은 빙하가 겨울에 다시 생기더라도 일단 북극해에 ‘빙하 없는 여름’이 도래하면 석유탐사와 물류수송이 더 활발해져 북극곰 등의 생물이 멸종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대한 뉴스도 있다. 제주도 연평균기온 상승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인 0.74℃보다 2배 이상 높은 1.6℃로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로, 제주도에서 올 한 해 동안 6종의 아열대 나방류와 아열대 독성 해양생물이 발견되었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운이 점차 상승하면서 60년 뒤인 2071년에는 백두대간 일부 고산지대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아열대 기후에 들어설 것이라고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콜로라도는 어떨까? 콜로라도는 청량한 날씨와 깨끗한 공기로 미국에서 폐결핵 환자나 관절염 환자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KKTV에 따르면 2020년 덴버 인구는 500만에 달하게 되며 더 많아지는 차들과 공장들의 매연으로 환경오염이 가속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록키 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공기와 함께 연기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고 답했으며 관찰 결과 청량한 날보다 안개 낀 날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록키산맥의 오염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났다기보다는 덴버의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기름의 사용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뉴스들은 듣는 순간에는 심각성에 동의하지만 곧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콜라 광고에 나오는 하얀 곰을 떠올리며 잠시 불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빙하가 녹음으로써 네델란드라는 나라가 사라지게 된다면? 잦은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가 내가 다니는 도로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더 강력한 태풍이 내가 사는 동네를 덮치게 된다면 그 때의 심각성은 더이상 그저 듣고 흘릴만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쓰레기 전쟁이 치열하다. 올해 지인 중 한 명이 신용카드를 잘라서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렸다가 분리수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야만 했다. 땅이 좁다보니 환경문제도 더 심각하게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곳에서 살다가 미국에 와보니 그야말로 일회용품의 천국이다. 햇볕이 이렇게 좋은데 빨래를 너는 사람도 없다. 장바구니를 가져가지 않으면 비닐 봉투 하나에 50원씩 내야하는 일도 없다. 봉투가 약해 너무 쉽게 구멍이 나다보니 물건을 살때 봉투가 무겁다싶으면 두 세겹 겹쳐서 제공된다. 아파트 빌딩 사이에 있는 커다란 쓰레기 통엔 종이상자, 의자, 매트리스까지 다 들어간다. 오래 전 다른 나라에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분리수거를 하지 않느냐고 현지 친구에게 물었을 때, 땅이 이렇게 넓은데 뭐하러 그런 걸 하냐고 나에게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빨래 말릴 권리를 주장하는 ‘Right to Dry’라는 운동이 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2008년 법안이 통과되어 빨래를 널어도 된다. 그러나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집 마당에서 빨래 너는 것을 본 일이 없다. 미국 한 가정의 전기료 중 6%는 빨래 건조기 사용에 쓰이고 이에 따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상당하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빨래 건조기를 쓰지 않는 것, 쇼핑할 때는 가급적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 세제를 적게 사용하는 것, 쓰레기 분리수거는 조금 번거롭지만 경제적일 뿐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실천이다.

 큰 아이가 어렸을 때 한 달 정도 뉴질랜드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전 국토가 국립공원이라 할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산, 들판과 밤하늘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때 인상 깊었던 것은 100년 전부터 뉴질랜드 학교에서는 ‘이 자연은 너희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것이니 잘 가꿔야 한다’는 교육을 해왔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환경문제를 등한시하면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을 내 아이들이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설악산의 눈도, 록키의 만년설도 다음 세대들에게 전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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