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숙 기자

 지난 26일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다른 지역에서도 선거가 치러졌지만 역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서울시장 선거였다. 투표권이 서울시민에게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것은 이 투표의 결과가 대선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 정권에 대한 반발심리 역시 매시간 투표 결과에 촉각을 세우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선거에 앞서 후보자 토론이 있었다. 남편은 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 비해 너무 말을 못했고, 정책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지 못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토론이 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 프로그램을 봤다. 나 후보가 조목조목 말을 잘했다. 준비한 것도 많고 사전 답사도 많이 다닌 것 같다. 비판에 대해 은근슬쩍 잘 빠져나가기도 하고 상대방을 제압할 줄도 안다. 나 후보가 너무 말을 잘 하니까 박 후보가 준비를 해오지 않은 것도 아닌데 상대적으로 어눌해 보였다. 누군가는 선거 포스터도 비판했다. 영화 포스터 같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사진 같은 포스터가 선거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그는 무소속에 정치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6.2%의 지지율을 얻은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53.4%의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현명한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무소속 후보가 이런 지지율을 얻은 데에는 여당의 역할이 컸다. 나 후보의 1억짜리 피부관리와 나 후보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으로 민심을 잃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의혹이 결정타가 되었다.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것을 훨씬 비싸게 청와대가 되사주는 과정에서 해명이 적절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사과도 없었던 것이다. 이번 투표에는 20대 ~ 40대의 투표율이 크게 작용했다.  천만원 등록금과 높은 실업률로 씨름하는 젊은 세대들의 마음이 여당에서 멀어진 것이다.

 여당의 또 하나 실패요인은 시대의 변화를 잘 읽지 못한데 있다. 이미 600만명이 청취한 ‘나는 꼼수다’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이 강한 인터넷 방송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자중 절반 이상이 이런 방송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이번 젊은이들의 높은 지지율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었다. 정치에 대한 참여도 뿐만 아니라 투표 독려 인증샷 등을 통해서 높은 투표율을 이끌어 낸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발빠르게 읽어내지 못한 안일한 대처가 또 하나의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여하튼 시민 운동가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민생 위기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오만한 권력과 정치에 대한  심판이었다. 지난 9월 초 불어닥친 ‘안철수 바람’이‘정당 정치의 위기’를 예고했다면, 안 교수가 지지한 박 후보의 당선은 그 위기가 현실화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했다.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가 대권과 이어지는 서울시장 자리에 당선되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한민국의 민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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