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월 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는 뉴욕의 월가에서 금융 자본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시위이다. 온라인 잡지 ‘애드버스터(Adbusters)가 주최한 것으로, 이들은 독자들에게 “맨해 탄으로 모두 나와 텐트를 치고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수개월동안 월가를 점령하자”고 요청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기업의 횡포와 부패를 끝내야 한다”, “부채는 노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십여명씩 조를 이뤄 경제 위기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다수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수 백만 달러의 급여와 상여금을 긁어모으며 매달 수천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더이상 이를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변화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의 몸부림에도 월 스트리트는 아직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지난달 경영진을 물갈이할 때 해고된 샐리 크로첵 자산운용책임자에게 600만달러(약 71억원)를 지불했다.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국제변호사 알렉사더 펜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엘리트 기업들이 민주주의를 강탈했다. 현재의 경제 불황은 월가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뉴욕 경찰은 시위대 통제 과정에서 700여명을 체포했지만, 현재 시위대는 월가에서 몇블럭 떨어진 리버티 광장으로 옮겨 시위기 진행되고 있다.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이 시위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그랜트 공원에 모여 시위를 하던 시위 군중들 가운데 경찰의 해산 명령을 거부한 175명이 체포됐다. 피닉스에서도 46명이, 새크라멘토에서도 19명이 각각 불법 점거 등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유럽에서도 시위가 열렸지만, 로마에서는 시위의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질되면서 수백명의 시위 군중이 창문을 깨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물폭탄을 쏘아야 했다.
덴버에도 ‘덴버를 점령하라(Occupy Denver)’ 시위가 다운타운의 시빅 센터 공원에서 시작됐다. 지난 일요일에도 수백명이 모여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이 있어 텐트가 강제로 철거되고 몇명이 체포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평화롭게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로 모른다. 이 시위가 세계 금융과 경제에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로마 시대의 노예반란처럼 인류 역사의 작은 헤프닝으로 끝날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제 2의 대공황을 방불케하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과, 수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업연금 등에 의존해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전 미국의 서민노동자 계층이 “월가를 점령하라”를 계기로 폭발한 이상, 오바마 대통령도 이들의 몸부림 속에서 무언가 큰 결단을 내려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미국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절실하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