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서는 그릇 위에 젓가락 놓지 마세요

 동서식품 해외 영업직원들은 2년 년 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공략하면서 홍차 마시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각종 차에 가축의 젖을 넣어 마셔왔다는 점을 착안해 자사 커피 크림인 '프리마'를 수출하기로 하고 사전 현지 적응 훈련을 한 것이다. 식사 후 5분 커피 타임에 익숙해 있던 한국인들이 연거푸 차를 마시며 2~3시간씩 미팅을 가지는 게 힘들었지만 작년에만 690만달러(약 80억원) 수출 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비즈니스 매너가 영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 단계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영업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이 현지 실정을 잘 파악하고 여기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초기 시장 안착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저명한 비즈니스 매너 전문가인 카리 헤이스태드 컬처 코치 인터내셔널 대표는 "보통 중소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할 때 그 나라의 법규, 세금 등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면서 "그것은 문화적인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국내외 기업에서는 해외 현지 문화를 잘 파악하는 것은 '문화 인센티브'라 부르며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기내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에티켓' 칼럼을 고정적으로 싣고 고객과 직원들에게 현지인들의 습성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09년 전사 차원에서 '글로벌 에티켓' 캠페인을 벌였고,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에티켓 캠페인을 벌인 데 이어 신입사원 교육에서도 에티켓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중국·베트남 등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에티켓 책자를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책자의 내용은 러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 국가의 사업 파트너를 상대로 비즈니스 미팅이나 식사 자리를 가질 때 알아두면 유용한 매너법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식사할 때 젓가락을 그릇 위에 올려놓으면 불운을 상징한다' '러시아에서 선물로 노란색 꽃을 주면 죽음을 상징하므로 좋지 않다'는 등의 내용이다.

 롯데백화점 인도네시아사업부문 MD기획팀 정재훈 매니저는 이러한 지침 덕분에 계약을 좀 더 쉽게 따낼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영업을 할 땐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데 인도네시아어(語)로 한두 마디씩 재미있게 던져주면 현지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미팅 도중 '마사시(정말이냐)' 혹은 '응각(아니다)' 등 기본적인 현지어를 추임새처럼 사용하면서 미팅 자리의 분위기가 좋아지거나 상대방이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센스 있는 작은 선물은 부드러운 대화를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선물을 준다고 해서 상대가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니다. 미국의 유명 매너 코치 전문가 킴벌리 로버츠에 따르면 일부 국가 사람들은 기업 로고가 새겨진 선물을 받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벨기에·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과 스페인이다. 전문가들은 또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그 나라에 너무 흔한 물건이면 선물로 적합지 않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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