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부모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켜온 비밀이 있다. 자녀가 둘 이상 있는 부모라면 많은 수가 공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바로 특정 자녀를 더 예뻐하는 현상이다. 물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다만 부모가 말하지 않는 것은 이중 특별히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점이다.  자녀가 “혹시 나보다 동생(혹은 형, 언니)를 더 예뻐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부모는 펄쩍 뛰며, “무슨 소리야? 나는 너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해.”라며 세상에서 둘도 없이 순진한 얼굴을 하며 시치미를 뚝 뗀다. 부모는 깔딱깔딱 숨이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특정 자녀를 선호했다는 사실에 대해 끝까지 부정할 것이다.

 특별히 더 사랑을 받는 자녀는 스스로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사실에 대해 침묵하는 경향이 많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형제자매들로부터 질시어린 미움을 받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비선호 자녀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받게 될 상처로부터 그 자녀를 보호하고 싶어한다. 또 대중은 이 금지된 진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설하는 부모에 대해 분노하고 동정의 여지를 없앤다. 무심코 블로그에다 “나는 아들을 낳은 후 큰 딸보다 아들에게 더 정이 간다”라고 적은 한 미국인 어머니에게 이어진 가차없는 비난 세례는 이러한 현상의 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류발전학 교수인 캐더린 칸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의 어머니와 70%의 아버지가 선호자녀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은 나타난다. 관모펭귄(crested penguin) 어미는 둥지에 낳은 알 2개 가운데 작은 것을 발로 차낸다. 더 큰 알이 더 건강한 새끼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검은 독수리 어미 역시 부화한 새끼들 가운데 덩치가 더 큰 새끼가 작은 새끼를 갈갈이 찢어죽이는 것을 말리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는다.  인간은 검은 독수리보다는 인정이 많지만, 그래도 더 나은 외모와 재능을 가진 자녀에게 더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03년 휴먼 네이처 잡지에서 실린 연구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덜 받고 자란 아이는 우울증, 불안감에 시달릴 확률이 높고 자신감이 더 낮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케이스는 아니다. 일부가 그렇다는 얘기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공평하게 나의 사랑과 애정을 내 자녀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는가를 말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공평해지도록 노력하자. 사랑을 덜 받은 자녀가 먼 훗날 죽음을 앞둔 내게 차별받은 이야기를 하며 “왜 그러셨어요?” 하며 흐느껴울때,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너희 모두를 똑같이 사랑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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