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전, 세계 무역센터가 있었던 뉴욕의 그라운드제로에서는 9.11 테러 10주년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기념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참석했고, 당시 무역센터와 펜타곤, 펜실베니아에서 숨진 희생자 3천 명의 이름이 일일이 불려졌다. 아침 일찍 기념식을 시청하던 필자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10년 전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년의 연설 때문이었다. 고작 10살의 어린 소년이었던 아이가 어느새 청년이 되어 당시를 기억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없었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서 그의 가족에게 생겼던 변화들을 열거해나갔다. 친구들과 달리 아빠에게서 자전거 타는 법도 배울 수 없었고, 낚시하는 법도 배울 수 없었고, 영화도 함께 보지 못했다면서 말이다. 특히 자신의 고독한 시간보다 더욱 지독하게 보내야 했던 당시 2살짜리 남동생의 이야기를 꺼낼 때는 모든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토록 아빠를 그리워해왔던 10세 소년은 대를 이어 환경 과학도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당시 세계무역센터 내에서 환경과학 분야에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록 함께 했던 시간이 10년에 불과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롤 모델(Role Model)로서 인생의 이정표를 만들어 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아버지가 하셨던 일이 자랑스러웠고,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을 아버지 또한 자랑스러워 하시길 바란다”라면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 했다.
한국의 대학생이 가장 본 받고 싶은 롤 모델은 최근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꼽았다. 안철수는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대 본과에 재학 중 같은 방에서 하숙 하던 친구가 가지고 있던 애플 컴퓨터를 구경하면서 처음으로 컴퓨터와 접하게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생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그는 생리학 실험에 쓰이는 기계를 컴퓨터와 연계시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언어인 기계어를 공부하다가 1988년 컴퓨터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백신’을 개발해 ‘컴퓨터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길을 버리고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진정한 국민 맏형으로서의 롤 모델로 부상했다. 인간성을 바탕으로 우뚝 선 그의 리더십과 창의적인 사고가 빛을 발한 것이다.
가상 대선 투표에서도 단박에 박근혜 전 대표를 앞질렀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씨에게 양보하는 모습은 통쾌한 정치적 반전이었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는 것 같다. 불감증에 걸린 기존의 정치인들에게, 똥통에 빠져 냄새도 못 맡고 있는 국회에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쾌거라는 평가다. 그는 실패한 기업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계속 기회를 주고, 실패한 젊은이에게도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도전 정신을 일깨우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정의로운 용기를 사회에 끊임없이 북돋워 주는 그야말로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미국 청년들의 롤 모델에는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불과 26세의 나이에 떼돈을 벌었다. 2012년쯤 상장될 예정인 페이스북의 현재 가치는 줄잡아 230억 달러. 지분 30%를 가진 주커버그 재산은 69억 달러에 달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 보다도 많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공개된 그의 생활은 한국의 온라인게임 업체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다. 하루에 16시간씩 회사에 머물면서 일하지만 일 벌레는 아니다.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며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고 직원들과 맥주를 즐겨 마신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다른 젊은 부자들과는 다르다. 주커버그가 ‘제2의 빌 게이츠’인 건 그가 젊은 날 컴퓨터를 이용해 떼돈을 번 하버드 자퇴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자선사업을 펼치는 빌 게이츠처럼 사회에 환원하는‘사회운동’을 펼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독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과 찍은 필자의 사진을 갖고 싶다”고 요청했다. 중학생을 둔 학부모로서 반기문 총장과 한인 신문사에 대한 자긍심을 딸에게 심어주기 위해 사진 원본을 받아 딸의 책상 위에 걸어두고 싶다는 얘기였다. 미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되고 싶은 우상인‘롤 모델’을 한 명씩은 가지고 있다. 필자도 자녀교육에 성공한 부모들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지금의 덴버 한인사회도 다음 이민 세대에게 본받을 만한 롤 모델이 되길 바란다. 특히 한인사회의 각 단체들이 차세대 리더가 될 우리 젊은이들에게 롤 모델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길 기대해 본다. 또한 우리 모두가 어떤 사람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갖자. <편집국장 김현주>





안철수는 그저 자기 하던 분야의 일이나 열심히 하길 바란다.
뉴턴이래 인류 최고의 두뇌라 할 만한 아인슈타인은 초대 이스라엘 대통령직을 사양했던 것을 잊지 말라.
아인슈타인을 앞서는 뉴턴도 중년이 넘어서는 연슴술 같은 괴상한 짓으로 웃음거리가 되곤 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