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아공에서 한 백인 남성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흑인 아이 뒤에서 손에 총을 든 채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타임즈라이브(timeslive)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7년 당시 경찰조사에서 포즈를 취해준 아이에게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남아공 정부 당국은 아이의 생사여부와 사진의 조작여부를 재조사 중이며 설정사진이라는 백인 남성의 주장이 거짓일 경우 응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이 각종 매체에 보도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재점화 되고 아동단체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그의 안티페이지가 만들어져 수많은 비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역시 모든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민감하다.

  얼마전 주변의 한 아이가 히스패닉이 거의 없는 백인 위주의 반에 편성된 것을 좋아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듣고 잠을 설쳤다. 누가 이 아이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줬을까? 타국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겪는 인종차별 때문에, 이런 대접 받으면서 남의 나라에 살아야 되나 싶을 때가 있다. 한국 사람 여럿이 만나면 이런 일들에 대해 서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을 당하는 한국 내 외국인들은 대부분 “내가 백인이라도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009년, 인도에서 온 성공회대 후세인 교수는 버스 안에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뒤에 앉아있던 30대 남자에게 욕설을 들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한국 여성에게도 욕설을 서슴지 않던 이 남자는 모욕죄로 약식 기소되었다. 한국에는 인종차별에 관한 법이 없기 때문이다. EBS에서 인종에 따른 한국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거리 실험을 했다. 백인은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다른 동남아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차별은 상대방과 나를 다르게 느끼는데서 시작되며, 그 밑바닥에는 우월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피부색과 생김새만으로 차별 받는다는 것, 어떤 기준에 못 미친다는 취급을 받는 것은 그 누구에게라도 기분 나쁜 일인 것이다.   우리가 어려서 ‘살색’이라 불렀던 색은 2005년 기술표준원에 의해 ‘살구색’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2001년 11월 외국인들이 ‘특정색을 살색으로 명명한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크레파스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진정을 내자 인권위원회가 이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에서는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피부색이 다른 것은 틀린 것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국에서 사준 책이 있다. 1995년에 엠마 데이먼(Emma Damon)이 지은 ‘All kinds of people’이 그것이다. 한국어판 책 제목은 “사람은 다 다르고 특별해!”인데 참 번안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 저마다 다른 머리 모양... 그러나 나도, 다른 사람들도 다 특별하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이런 시리즈로 감정도, 집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흰색도, 살구색도, 검은색도 모두 살색이다. 차별 받고 싶지 않은 만큼, 나도 다른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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