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꼭 해야되는 이유

 

콜로라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인들도 매년 11월 첫째 화요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나 자신도 미국에 살아온지 거의 2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막상 매년 그 화요일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라고 스스로 물어본다. 그 답은 부정적이다. 그저 선거일로 지정된 요일이라는 상투적인 인식뿐이다.


이처럼 나 자신이 미국 (콜로라도)의 선거일에 익숙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20년 가까이 살아온 미국생활 가운데 최근 몇 년을 빼고는 나와는 무관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특히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매번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과 권익 옹호를 주창하는 KAC (한미연합회)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인들의 투표참여를 권장하고, 투표용지를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하는 일을 하곤 했었다. 그렇지만 굳이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라고 변병하는 이유는 정작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참정권의 행사를 권하는 나였지만, 나 자신이 참정권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그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 계기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콜로라도 한인들의 다수는 아직까지 참정권을 갖고 있지 못하여 매년 11월에 있는 선거일의 의미를 새겨볼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비록 참정권을 갖고 있는 한인들 가운데 다수는 생활의 여유가 없어서 한번도 투표장에 나서지 못한 분들이라고 미루어 생각한다. 또한 생활의 여유가 있고 참정권을 갖고 있는 분들 가운데 또 다수는 영어로 작성된 투표용지 때문에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 선거일 (올해는 11월 3일)이 또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신없이 스쳐가는 세월 속에서 허둥거리는 일상으로 무심코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선거철이라는 것이 부담이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어떤 사안이 선거에 부쳐지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랴 부랴 온라인을 들어가서 이것 저것 찾아보니 다행히도 내가 살고 있는 Broomfield의 선거사안은 의외로 몇개에 불과하여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홀가분 했다. 이번 선거는 거리에 요란하게 붙어 있는 팻말도 잘 보이지 않고, 그저 조용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나쁘니까 선거도 더 조용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지난 해에 흑인대통령을 배출한 최대 이변의 선거의 기분이 미쳐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맞이하는 선거일이라서 더더욱 이번 선거가 왜소하게 보이고 관심도 적어진 것 같기도 하다.


지난 금요일 다운타운에 있는 연방법원에서 시민권자 선서식에 가게될 일이 있어서 참석하였다. 담당 판사는 여러 사람에게 시민권을 받는 이유와 느낌을 말해볼 것을 요청하였다. 나로서는 심심했다. 모두들 거기서 거기인 똑같거나 비슷한 말들을 하는데 굳이 여러 사람에게 반복하여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원자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지원자가 없자 판사는 굳이 지명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명 받은 사람은 또 비슷비슷한 말과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나중에 판사는 왜 그렇게 지원자를 요청하였는지, 또 지명을 하였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원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스스로 지원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고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비록 똑같은 말이고 비슷한 의견이라도 그것을 스스로 지원하여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게 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왜 투표를 해야하는가? 그것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부여된 사회와의 약속임과 동시에 의무이기 때문이다. 즉, 참정권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참여하겠다는 약속이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동참해야만 하는 의무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매년 11월 3일은 참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 살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이행하는 날이다. 매일 매일 우리는 친구와 가족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중요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 원하여 미국의 참정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요구되는 커뮤니티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시 해야 된다고 본다. 지켜야 할 약속은 약속이고 따라야 할 의무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타인과는 상관없이 내가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나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는 것이며, 나 자신의 사람됨을 쌓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올해는 홀수의 해로 연방정부 및 주정부 요원 및 업무관련 선거안건은 없으며, 각 도시 및 카운티별 세입, 도시계획, 시의원 선출 등에 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지방자치단체별 선거이다. 따라서, 1회에 국한된 본 기고를 통하여 투표용지를 번역하여 소개하기는 어렵다. 대신, 각 자치단체별 선거사안은 덴버포스터가 제공하는 http://voterguide.denverpost.com/을 방문하여 각자의 성명과 주소를 입력하면 각자의 거주지역에 해당되는 선거구의 선거안건을 미리 볼 수 있다. 또한, 각자의 유권자 등록상태를 확인하려면 https://www.sos.state.co.us/Voter/를 방문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우편으로 투표를 요청한 분들은 11월 3일 이전에 도착하도록 발송을 하여야 하며,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투표를 할 수 있다. 기타 이번 선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콜로라도 주정부 선거용 웹페이지 http://www.sos.state.co.us/pubs/elections/를 방문하면 된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