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변호사 브랫 마이어스씨가 신문에 기고를 시작했다. 그는1년 전 본사가 기획시리즈로 게재했던 칭찬릴레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그가 칭찬릴레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가진 한국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한국사람들보다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사람들보다 한국말을 잘 쓰고, 한국 사람들보다 한국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사랑하는 아내의 나라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조국이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는 말에 잠깐 반성을 하기도 했다. 그가 매주 보내오는 글을 보면 상당한 수준이다. 한 두 개 정도 조사가 어색한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보다 더 나은 표현을 구사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 살다가 다시 덴버로 돌아오자마자 수락한 직책은 통합한국학교 이사였다. 외모는 전형적인 미국인이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답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가 사용하는 말투에서 비롯된다. 존댓말과 격식을 갖춘 호칭, 정중한 표현들을 들으면서 어떨 때는 서당을 다닌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또 그를 보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표현하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내가 고마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한국이 내 조국이기 때문이다.

7살 된 아들 녀석이 한국말을 할 때면 신기하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어차피’, ‘그렇지만’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인이기에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따로 공부를 시켜야 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한국 동화책도 제대로 읽어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랫집 할머니와 단 둘이서 한 시간 정도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말에 능숙하다.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주변의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지만 막상 학교를 갈 때가 되니 걱정이 앞섰다. 영어 공부를 좀 시킬 것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선생님이 물어보는 것에 대답하지 못하면 어쩌나, 화장실을 제때 갈 수 있으려나, 목 마를 때 선생님한테 말도 못하면 어쩌나, 친구와 싸웠는데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잘못을 뒤집어쓰면 어쩌나, 숙제는 제대로 알아듣고 오는 것일까 등의 버라이어티 한 걱정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가금 또래들이 하는 영어를 듣고 아들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통역을 해 줄 때를 기다렸다.

그러던 아들이 1년 이상 학교를 다니면서 이제 영어가 입에 붙었다. Hungry, Thirsty, Poo 이 세가지 단어만 일주일 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유치원에 입학했던 아이가 이제는 영어책을 읽는다. 영어 공부를 안 시켜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서 스스로 배운다.

영어는 한국의 양반들이 보기에는 껄끄러운 표현들이 많다.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남녀노소 또는 부모에게도 You 라는 호칭으로 통일한다는 것이 좀 그렇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처음 영어를 접할 때 위 아래가 없는 말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어에도 공손한 표현들이 있다. 무작정 영어 공부에 집착하는 아이를 만들기보다는 이 공손한 표현을 배우고 익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또, 영어 발음이 완벽하고, 학교 성적이 정말 좋다고 하더라도, 식당에서“아줌마, 바뻐? 밥 줘!” 라고 하면서 말 잘라 먹는 아이들로는 만들지 말자. 또,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할 때 정확하고 바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똑똑하고 예의 바른 한국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