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후 시민권 침해 심화됐다”

콜로라도 라티노 유권자의 60%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이후 자신들의 시민권이 덜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콜로라도 라티노 어젠다(Colorado Latino Agenda)’와 ‘우니도스US(UnidosUS)’가 지난 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다. 7일 콜로라도 뉴스라인 보도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경우 그 비율은 약 71%로 더 높았고 남성은 58% 수준이었다. 정당별로는 차이가 극명했다. 민주당 성향 라티노 유권자의 80%가 권리 침해를 체감한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성향에서는 같은 응답이 26%에 그쳤다.

비영리단체 ‘보세스 우니다스 데 라스 몬타냐스(Voces Unidas de las Montañas)’의 알렉스 산체스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이들은 이민자 가정이 정치적 희생양이자 선전 도구로 이용되는 현실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이민자들이 콜로라도의 농장, 식당, 리조트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약 1년 앞두고 라티노 유권자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전국 단위 초당적 연구의 일부다. 콜로라도 지역의 표본이 특히 확대됐다. 이민 관련 항목에서 응답자의 40%는 ‘합법 신분임에도 체포가 두렵다’고 답했고 35%는 ‘이민자들이 일터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해 노동력이 줄었다’고 봤다. 또 30%는 ‘범죄 신고나 지역 경찰과의 접촉을 꺼린다’고 응답했다.

가장 선호하는 정책 과제로는 44%가 ‘이민자에게 시민권 취득 경로를 마련하는 것’을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이민자 구금시설의 안전과 인도적 환경 보장’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약 10개월 시점에 진행됐다. 이 시기는 이민자 구금과 추방이 급증하고, 민주당 주도의 도시들에 주방위군이 배치되며,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을 둘러싼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격화된 시기였다.
전체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 등 경제 문제가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꼽혔다. 인플레이션, 주거비, 경기 상황이 정치인들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약 45%는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고 답했고 45%는 “한 직장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저렴한 건강보험 접근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59%였다. 라티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1년 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한 번의 중대한 선거 국면을 앞둔 지금, 이런 데이터는 우리 공동체가 무엇을 가장 중시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콜로라도 라티노 기회·재생산권 단체(Colorado Organization for Latina Opportunity and Reproductive Rights/COLOR)의 더스티 구룰레(Dusti Gurule) 대표는 “이는 우리가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종의 행동지침과도 같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6년 의회 선거에서 ‘가상의 민주당 후보’는 55%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공화당 후보는 21%에 그쳤다. 다만 양당 모두 2024년 성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해, 정치권과 선거 제도 전반에 대한 유권자 불신이 확산된 신호로 풀이된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라티노 유권자(콜로라도 라티노 유권자는 약 35%) 중 20%는 “다시 투표한다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거나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찍은 유권자 중에서는 이탈 비율이 8%에 그쳤다.

설문조사 분석 연구원중 한 명인 개리 세구라(Gary Segura)는 “트럼프 지지층의 20% 이탈은 공화당 전략가들에게 심각한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티노 유권자의 약 3분의 2는 트럼프의 직무 수행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으며 공화당이 의회 다수를 운영하는 방식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또 60%는 “10월 1일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고 답했다. 81%는 “의회가 트럼프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넘기고 있으며 견제·균형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라티노 공동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51%였고 공화당에 대해서는 27%였다. 동시에 민주당(43%)과 공화당(40%) 모두 ‘라티노의 이익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응답도 비슷하게 나왔다. 세구라는 이를 “라티노 유권자들이 정치 체제 전반에서 느끼는 소외감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산체스 대표는 “민주당이 여전히 콜로라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 지위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라티노 유권자들은 실용적이다. 우리는 당명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을 평가한다”면서 “이번 여론조사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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