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를 못 한다”며 정당 현수막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지시했다. 최근 일부 군소 정당이 중국을 비방하거나 이 대통령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현수막을 전국에 걸자 여권에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당이라고 해서 지정된 곳이 아닌 아무 곳에나 현수막을 달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인 ‘현수막 정당’을 만들기도 한다더라. 일부에 의하면 무슨 종교 단체와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도 이 대통령 말에 동조했다.
국회는 2022년 옥외광고물법 규제 대상에서 정당 현수막을 제외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인 서영교·김남국·김민철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해 개정을 주도했고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도 찬성했다. 2023년 법을 재개정해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을 읍·면·동별 2개로 제한했지만 내용 관련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현수막을 이용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가 방류되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자 ‘대통령은 오므라이스, 국민은 방사능 밥상’이라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이 대통령을 비방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걸리자 민주당 현수막 대응특위는 지난 9월 국회의원이 소속됐거나, 직전 대선에서 1% 이상 득표한 정당만 정당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야당 관계자는 “공당 현수막에 혐오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여권이 최근 강하게 반발하는 건 김현지 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한 현수막들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의 유통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이자 추방해야 할 범죄”라고 했다. 반중 시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혐오 발언 처벌을 위한 형법을 개정할 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공연·스포츠 경기 암표 거래와 관련해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