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시' 정부서 역대 최강권한 부통령
미국 공화당 '네오콘'(신보수)의 상징이자, 미국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 2인자라고 평가받는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3일 별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84세. 유족 측에 따르면 체니 전 부통령은 이날 밤 폐렴과 심장·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생전 다섯차례 심근경색을 겪는 등 심장 질환과 오래 싸워왔다. CNN은 고인에 대해 "미국 현대 시기에서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며 9·11 테러에 대응해 "테러와의 전쟁을 설계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1941년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 입학했다가 성적 부진에 중퇴한 뒤 자신의 정치 기반이 된 와이오밍주에서 대학(와이오밍대)을 졸업했다. 1968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하원의원 밑에서 일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인 뒤 1인자인 대통령을 빼고는 의회와 행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맡았다. 그는 제럴드 포드 정권에서 34세에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1975년 11월부터 1977년 1월까지 재임했다. 당시로서는 역대 최연소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다. 1979∼1989년 와이오밍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고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 정권 때 국방장관(1989∼1993년)으로 재임하며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을 이끌었다. 이어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기간 댈러스에 본사를 둔 석유 산업 관련 대형 건설사 할리버튼의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할리버튼은 훗날 체니가 부통령으로 몸담은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정권에서 정부와 독점계약 등으로 수혜를 보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불렀다.
고인의 정치 인생 정점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2000년 대선에서 역대급 접전 끝에 승리하며 이듬해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때였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아들 부시 정권에서 두차례 부통령으로 임기를 함께했다. 고인은 대통령 유고시를 대비한 '스페어' 역할에 그쳤던 전형적인 부통령상과는 다른, 국방·외교를 중심으로 정책을 주도하는 실세형 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전세계 독재국가에까지 이식할 수 있다고 믿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설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평생 공화당 정치인으로서 여러 요직을 맡았음에도 2024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딸 리즈 체니도 지난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 선거 운동을 함께했다. 유족은 부인(린 빈센트)과 두 딸(리즈·메리)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