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콜로라도 한국 문화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지난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서 주최자로서 놀라울 정도였다. 주류 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왔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콜로라도 한미 청소년문화재단의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독자적이면서도 범동포적인 행사를 기획했고, 그것이 한국 문화축제였다. 한국의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한인사회를 알리는 어떠한 행사라도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올해는 두 번째 행사인 점을 감안해 더 많은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이벤트 경험이 많은 서울 그룹의 대표이자 재단의 이사장인 이종욱 이사장을 필두로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자 노력했다.
이렇게 축제 당일이 되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각자의 맡은 역할을 숙지하면서 오픈시간을 기다렸다. 우리는 과연 사람들이 올까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한인 행사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문화축제가 마트와 같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열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약간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걱정은 11시가 채 되기도 전에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비행기 조종을 했다는 백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첫 손님이었다. 대구에서 5년을 살았다는 미국인 가정, 강아지에게 한복을 입혀서 온 사람, 지난해에도 온 비행기 조종사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징어게임과 케데헌에 푹빠진 십대들, 한국을 여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라고 말하는 미국 대학생들, 그 친구들이 줄을 지어 행사장으로 들어왔고, 축제 마당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예상보다 한인들도 행사장을 많이 찾았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고, 한 가족은 아들에게 한복을 입혀서 오기도 했다. 또, 시니어센터 어르신들도 멋진 한복을 차려입고 행사장을 찾아 추석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2시 30분, 사물놀이와 함께 마이크 코프만 오로라 시장이 방문하면서 행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시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가 시작될 무렵,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백명의 사람들이 대형 비빔밥 그릇을 에워쌌다. 대형 비빔밥의 비주얼은 그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의 전화기에 거대한 비빔밥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대형 주걱으로 비빔밥을 비비기 시작하자,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미국인들은 한국사람들보다 리액션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응을 하니, 준비한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2백인 분의 양의 비빔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 처음 시도된 김치담그기 이벤트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리 소금에 절여둔 배추가 길게 늘어선 테이블 위에 놓이자 참가자들은 직접 양념을 바르며 김치 담그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무엇보다 본인이 정성껏 만든 김치를 직접 가져갈 수 있어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김치를,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현장은 웃음과 활기로 가득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 푸드의 명성은 역시나 대단했다. 떡볶이와 회오리 감자, 만두, 오뎅, 김밥, 호떡을 골고루 시킨 한 미국 남성은 맛이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Round 1” 이라고 했다. 이날 판매하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볼 것이라는 목표를 정했다고 했다. 한국의 전통놀이 중에서는 제기차기와 딱지치기, 비석치기가 인기를 끌었다. 재단 이사들의 시범을 자세히 본 미국인들은 너도나도 체험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영화 오징어게임에 등장해 유명해진 달고나 또한 인기였다. 이처럼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의 것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며 행사장에 한참을 머물렀다.
케이팝 댄스팀의 무대도 색달랐다. 코넥트 케이팝이라는 동아리가 SNS 를 통해 모집해 랜덤으로 구성된 댄스팀이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는 케이팝 댄스를 사랑하는 40여명의 젊은 친구들이 콜로라도 각지에서 모였다. 유명 케이팝 노래가 나올 때마다 개인 혹은 그룹으로 나와 자신들의 춤실력을 뽐냈다. 마치 댄서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춤을 추는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축제의 피날레는 역시 태권도다. 오로라의 유에스 태권도는 콜로라도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태권도 데모팀이다. 지난해보다 훨씬 더 많아진 30여명의 관원들이 태권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모두가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 가수들의 춤을 따라하면서 케이 문화에 진정 진심이었다. 한류의 인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뿌듯했다.
행사를 마치면서, 감사할 곳이 너무 많다. 우선 오로라시가 "한국 문화의 날"로 지정을 했다는 것은 큰 의미이다. 이러한 사안은 시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의원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그리고 금전적으로도 후원을 해주었다. 오로라시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필자는 M마트에 감사한 마음도 빠뜨릴 수 없다. 이번 행사를 위해 초코파이, 컵라면, 김, 음료수 등을 선뜻 지원해주셔서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될 수 있었다. 족히 5백여 명에게 나눠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애써 준 청소년 문화재단의 이사들과 포커스 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내년에는 더욱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추석 축제를 준비하겠다. 타민족들이 한국에 이렇게 진심인데,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랑해야 한다.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신문사로 연락해서, 한국 문화축제가 매년 한인사회와 함께 준비하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발행인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