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인용하며 “국제사회 복귀” 선언 … 박수 3번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가졌다. 사실상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인 이번 연설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연설 도중 세 차례나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제사회 복귀 선언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먼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한때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기에 처했지만, 대한민국은 그때마다 불굴의 저력으로 일어섰다”며 “친위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면서, 국민의 저항과 헌신으로 민주주의가 다시 서게 되었음을 국제사회 앞에 알렸다. 이 대목에서 총회장에는 첫 번째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오늘 유엔총회에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평화의 등불로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선언한다”고 밝히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았다.
한강 소설 인용
‘빛의 이정표’로서의 한국
연설 중간, 이 대통령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구절을 직접 인용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라는 문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국이 민주주의를 넘어 인류 공동체의 희망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반도 평화 구상 강조
두 번째 박수는 한반도 평화 비전에 대한 설명에서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향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며 “그 첫걸음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고, 어떠한 적대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북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평화 지향적 입장을 확고히 알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연설은 오후 12시 49분부터 1시 9분까지 약 20분간 진행됐다. 196개국 가운데 일곱 번째 순서였으며, 앞서 연단에 오른 연사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었다. 비교적 초반부에 배정된 연설 순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이번 총회에서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연설의 마지막에서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고,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Better Together)’를 향해 대한민국이 담대하게 앞장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세 번째 박수가 장내를 울리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의장단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천천히 연단을 내려왔다.
국제적 의미와 평가
이번 연설은 이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으로, 국내외에서 큰 상징성을 지닌다. 유엔이라는 전 세계적 협력의 장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과 한반도 평화 구상을 동시에 천명한 것은, 한국이 단순히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를 넘어 국제사회 전체와 보조를 맞추는 책임 있는 일원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 가치 회복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남북 신뢰 회복과 공동 성장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한국 외교가 과거의 갈등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협력과 공존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선언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