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은 16세 데스먼드 홀리, 스스로 목숨 끊어

데스먼드 홀리.
데스먼드 홀리.

덴버에서 서쪽으로 약 30마일 떨어진 에버그린 타운 내 에버그린 고등학교에서 지난 10일 오후 12시 20분쯤 총격 사건이 발생해 재학생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총격범은 이 학교 재학생인 16세 데스먼드 홀리(Desmond Holly, 사진 내)로 밝혀졌으며, 그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첫 번째 911 신고는 같은 날 낮 12시 24분에 접수됐다. 이어 에버그린 고교에서 뛰쳐나오거나 교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몸을 숨긴 학생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이 학교 10학년생 카이 테일러(Kai Taylor·15)는 제퍼슨 카운티 산기슭에 있는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중 쌍둥이 여동생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괜찮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나는 멀쩡하다”고 답했지만, 여동생은 목소리를 낮추어 “학교에 총격범이 있다. 네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 카이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곧이어 그는 동급생들이 달려 나오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제퍼슨 카운티 셰리프국 대변인 재키 켈리(Jacki Kelley)는 11일 아침 브리핑에서, 에버그린 고교 재학생 데스먼드 홀이 동급생 2명에게 총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켈리 대변인은 리볼버 권총을 들고 있던 홀이 교내를 돌아다니며 체계적으로 장전과 발포를 반복하며 새로운 표적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동선 전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학교의 봉쇄 절차 덕분에 다수 학생들이 총격범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지만, 재학생 2명은 중상을 입고 덴버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켈리는 전했다. 피해자 1명은 교내에서, 또 다른 학생은 도주 중 학교 뒤편 도로에서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대원들은 피해 학생 2명과 범인 홀리를 레이크우드 타운 내 세인트 앤서니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홀리는 이곳에서 사망했다. 세인트 앤서니 병원의 브라이언 블랙우드(Brian Blackwood) 의사는 피해자 1명이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른 학생은 오로라 소재 아동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역시 중태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켈리 대변인은 데스먼드 홀이 “극단주의 네트워크를 통해 급진화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와 소지품에서 그 흔적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여전히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홀이 다량의 탄약을 소지한 채 권총으로 여러 구역에서 발포했다고 전했다. 발사한 총탄의 정확한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수백 명의 경찰관들이 첫 신고 직후 곧바로 에버그린 고교로 출동했다. 사건 당시 학교 전담 경관은 현장에 없었다. 상근 경찰관이 병가 중이어서 여러 명의 시간제 경찰관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건 당일 근무자는 오전 10시 30분~45분경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고 켈리는 설명했다. 이는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제퍼슨 카운티 학군은 에버그린 고교를 이번 주 내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켈리는 학생들이 복귀하기 전, 깨진 창문과 탄환 자국이 남은 사물함 수리, 혈흔 등 오염 제거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격범, 극단주의 상징물 수집
FBI 사전 인지에도 비극 막지 못해

데스먼드 홀리는 과거 콜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 등 대형 총기 난사에 집착하며 온라인상에서 네오나치 사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7월 홀리의 온라인 활동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폭스뉴스 디지털에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계정 사용자의 실명과 위치를 특정하지 못해 추가적인 법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FBI는 성명에서 “9월 10일까지 해당 사용자의 신원과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이어갔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체포 등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유대인차별연맹(ADL) 극단주의센터는 홀리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해 그가 극단주의 상징으로 장식된 전술 장비를 수집하고, 과거 총격범들을 모방하는 콘텐츠를 게시했다고 보고했다. ADL은 또 그가 파클랜드(2018), 버펄로(2022), 캐나다 퀘벡시 모스크(2017) 총격 사건 등과 관련된 게시물에 댓글을 남겼으며, 콜럼바인 고교 총격범들까지 우상화했다고 지적했다. 

제퍼슨 카운티 셰리프국은 홀이 특정 ‘극단주의 네트워크’에 의해 급진화되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의 틱톡 계정 역시 백인우월주의 상징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최근 계정명은 극우 단체에서 흔히 사용하는 구호를 담고 있었다. 틱톡 측은 현재 관련 계정을 모두 차단한 상태다.

피해 학생 두 명은 여전히 레이크우드 소재 세인트 앤서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대상이 무작위였는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콜로라도 주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14명이 숨진 비극의 현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지역사회와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델라웨어)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인터넷이 미국 내 극단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쉽게 극단주의 콘텐츠와 폭력적 장면에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FBI 덴버 지부는 현재 다른 기관들과 공조해 사건의 배경과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이은혜 기자>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