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230번 말했다 … '산재와의 전쟁'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사람’(230회)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주권자 일반을 호명할 때 쓰는 ‘국민’(416회)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단어였다. 중앙일보는 취임일인 지난 6월 4일~지난 4일까지 3개월간 나온 이 대통령의 공개석상 모두발언 70건과 10건의 연설문·축사를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와 함께 전수조사했다. ‘사람’이란 단어는 특히 ‘목숨’(22회), ‘걱정’(15회), ‘만전’(萬全·6회) 등과 함께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벌여 온 영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예정에 없던 토요일 국무회의를 열고 “제가 (그동안) 산업재해 대책 얘기를 했나, 안 한 것 같다”며 산재 문제를 처음 화두에 올렸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고 사망률도 가장 높다”며 “현재 할 수 있는 대책, 필요하면 제도를 바꾸는 입법 대책까지 전부 총괄적으로 정리해서 보고해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산재 관련 발언의 수위는 갈수록 높여갔다. “OECD 국가 중에서 산업재해율이 가장 높다고 하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끊어낼 것”(7월 17일), “(같은 회사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7월 28일). “(포스코이앤씨에 대해)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할 것”(8월 6일) 등의 경고와 주문들이 이어졌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선 “산재 단속과 예방이 건설 경기를 죽인다는 항의가 있다고 한다”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럼 불법과 비인권적 조건에서 건설업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이 세번째로 많이 쓴 단어는 ‘경제’(145회)였다. ‘경제’는 중도 실용을 표방한 이 대통령 초반 행보의 키워드였다. 주로 ▶성장(102회) ▶산업(82회) ▶민생(49회) ▶회복(50회) 등의 단어와 함께 쓰였다.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은 게 첫 현장 방문이었다. 이틀 뒤엔 경제 6단체장 및 기업 총수 간담회도 주재했다. 7월 3일 기자회견에선 취임 30일간의 성과로 “‘좀 괜찮다. 잘 돼 간다’ 싶은 점은 눈에 띄는 주식시장”이란 자평했다.
취임 98일째인 9일까지 비상경제점검 TF 회의 등 총 14차례의 경제·민생 관련 회의를 국무회의와 별개로 열었다. 한동안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외교·통상 현안에 집중했던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 회담 이후 다시 메시지의 초점을 민생과 경제 회복에 뒀다.
‘정부’(141회), ‘국가’(132회) 언급 빈도도 높았다. 이는 이 대통령 특유의 정부 주도 성장론과 관련이 있단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뒤인 6월 6일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에 적극 재정을 주장해 온 하준경 한양대 교수를 임명했다. 그 뒤 7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경기회복을 위한 총 1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 사업이 반영됐다. AI(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접근도 국가 주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AI 100조 투자”를 공약했던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SK그룹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고 지난 8일에는 ‘AI 글로벌 3강 도약’ 공약의 밑그림을 설계할 국가AI전략위원회를 띄웠다.
‘공직자’(78회)도 ‘책임’(49회)과 맞물려 자주 사용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닷새 뒤인 지난 6월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우리가 쓰는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라며 공직자의 책임을 앞세웠다. 7월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책감사 이런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괴롭혀서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