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절도 대응 새 정책…일부 고객들 ‘위압감’ 등 불만 표출
콜로라도 지역 대형 식료품 체인 ‘킹 수퍼스(King Soopers)’가 매장 출구에서 보안요원(security guard)이 고객에게 영수증 확인을 요구하는 새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부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무기를 소지한 경비원에게서 위협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덴버 NBC 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필라 차파(Pilar Chapa)는 최근 자신이 자주 가는 킹 수퍼스 매장의 보안요원 역할이 달라진 것을 목격했다. 예전에는 매장내 스타벅스 입구 근처에서 손님을 지켜보던 경비원이 이제는 출구에 서서 모든 고객에게 영수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차파는 “무장을 한 사람이 나가는 길목에서 손님을 위협하듯 영수증을 요구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매장 입구에는 이제 영수증 검사가 이뤄진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지만, 킹 수퍼스측 대변인은 경비원이 실탄 무기를 휴대하는지, 모든 고객이 영수증을 보여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일부 매장에서만 시행되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킹 수퍼스의 제시카 트로브리지(Jessica Trowbridge)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보안 절차는 공유하지 않는다. 안전은 우리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며 앞으로도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파는 지난 8월 16일 한 사건을 계기로 보안요원에게 크게 분노하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영수증 확인을 거부해도 된다고 안내받았지만,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 줄을 그냥 지나치려 하자 경비원이 팔을 뻗어 막았다는 것이다. 그는 “보안요원이 ‘나는 항상 영수증을 요구할 것이고, 당신은 그때 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면서 “영수증 하나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트로브리지 대변인은 해당 날짜에 그런 사건이 보고된 바 없고 CCTV도 확인한 결과 고객과 보안요원간 물리적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매 절도 등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안전 대책을 강화해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에 식료품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콜로라도 소매 협회(Colorado Retail Council)의 크리스 하우스(Chris Howes) 회장은 “조직적 소매 범죄로 인해 매년 주내 소매업체들이 약 10억 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 소매 범죄란 다수의 사람들이 상품을 훔쳐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소매업체들이 고객을 모두 신뢰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샤핑카트에 물건을 가득 싣고 그냥 밀고 나가는 절도범들이 있다”면서 “직원들이 공격당해 부상을 입거나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맞는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킹 수퍼스 측은 모든 고객에게 영수증을 요구하는지 여부는 답하지 않았다. 위트 리지 타운내 웨스트 38번 애비뉴와 쉐리단 블러바드 인근에 있는 매장에서 영수증 제시를 거부했다는 케이티 테라사즈-후버(Katie Terrasaz-Hoover)는 “보안요원이 그냥 통과시켜줬다”며 “음식과 생필품을 사는데 무장한 사람에게 영수증을 보여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 무기 소지를 보게 되면상황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새로운 정책을 비판하며 “영수증을 보여줄 법적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실제로 콜로라도 주법에 영수증 제시 의무를 명시한 조항은 없다. 다만 상점이 영수증을 요구하는 것도 불법은 아니다. 콜로라도에는 ‘상인의 특권(shopkeeper’s privilege)’ 법이 있어, 절도 의심이 합리적 근거에 기반할 경우 고객을 제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영수증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코스코나 샘스클럽 같은 회원제 매장은 사전 가입 약관에 영수증 검사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거부하면 회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차파는 “다른 매장에서의 영수증 검사는 괜찮다. 코스코 등에서는 당연히 보안요원이 아닌 직원이 확인하기 때문이다. 15년째 일하는 직원이 내 영수증을 확인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킹 수퍼스의 경우는 다르다. 내 영수증을 무장한 보안요원이 보여달라는 것은 그냥 위협을 느끼게 하는 전술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킹 수퍼스측은 새 정책이 절도 신고를 줄이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받았으며 확대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파는 “유색인종으로서 근육질의 백인 보안요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이제 더는 여기서 장을 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선택지가 있으니까”라며 불만을 거두지 않았다.
<이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