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호 카운티 배심원단, 기소된 6개 중범혐의에 모두 유죄

아내를 독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로라 치과의사가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덴버 포스트 등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라파호 카운티 배심원단은 지난 7월 29일 열린 재판에서, 피고 제임스 크레이그((James Craig, 47)에 대해 1급 살인을 비롯한 총 6건의 중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1급 살인 ▲1급 살인 교사 ▲물증 조작 교사 2건 ▲위증 교사 2건 등이다.

18지구 검찰에 따르면, 크레이그는 지난해 3월, 아내 앤젤라 크레이그를 독살한 혐의로 체포됐다. 앤젤라는 같은 달 18일, 일주일 사이 세 차례 병원을 찾은 끝에 숨졌으며 사인은 시안화물(cyanide)과 일반 안약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졸린(tetrahydrozoline)의 치사량 복용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제임스 크레이그는 2023년 점점 심각해지는 재정 문제와 다른 여성과의 불륜 때문에 아내를 치명적으로 독살했다며 재판 개시 진술에서 주장했다. 브랙클리 검사는 배심원에게 이번 사건의 세 가지 핵심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안젤라의 건강 상태와 입원 기록
2023년 3월 6일부터 사망 약 2주 후까지 세 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크레이그의 불륜
그는 2023년 2월 텍사스 출신 여성 카린 케인(Karin Cain)을 치과 학회에서 만나, 이혼 진행 중이라고 속였다. 케인은 후에 “사실을 알았다면 그와 관계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ABC 뉴스에 말했다.
▶독극물 구매 기록
크레이그는 아내 첫 입원 직전부터 치밀한 살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수사 초기부터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잔혹하고 복잡하며 계획적인 살인”(a heinous, complex and calculated murder)이라고 규정했다. 검찰 측은 크레이그가 아내가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이틀간 치명적인 성분이 함유된 안약 약 20병을 구매했고 온라인으로 다른 독극물도 구매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인들에게 아내가 자살 충동을 느꼈으며 독을 주문해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 측은 앤젤라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서로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이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크레이그가 아내의 스무디와 음료에 독극물을 타고 처방약 병에 독을 넣는가 하면 아내의 오빠에게도 “약”이라고 속이며 독 캡슐을 건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직장내 공유 컴퓨터로 수백건의 독극물 관련 정보를 검색했으며 딸에게는 앤젤라가 스스로 독을 먹겠다고 말하는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을 만들 것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더구나 크레이그는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아내의 일기에 위조된 내용을 추가하고 가짜 증인을 세우려 했으며 수사관과 교도소 내부 제보자 등 핵심 관계자들을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재판은 변호인 측의 잇단 문제로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 한 명은 윤리적 이유로 사임했고 또 다른 변호인은 방화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크레이그는 아내 살인 혐의로 수감 중에도 4명을 살해하려 계획했다. 여기에는 아내 사망을 수사하던 수석 수사관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동료 수감자에게 수사관 2명과 동료 수감자 2명 살해를 부탁했고, 동료 수감자의 전 부인에게 편지를 보내 “증거를 조작”하도록 설득하려 했다. 편지에는 “안젤라가 자살 성향이 있었다고 말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사당국은 전 부인에게 보내려던 2통의 편지를 압수했는데, 그 안에는 문자·통화 기록·사진을 조작해 안젤라와 친분이 있었던 것처럼 꾸며 달라는 내용과 금전 제안이 담겨 있었다. 이 사건으로 크레이그의 당시 변호인이었던 하비 스타인버그(Harvey Steinberg)는 배심원 선정 당일 돌연 사임했다. 그는 “의뢰인이 변호사를 범죄적·사기적 행위에 사용하려 한다”거나, “변호사가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행동을 강요한다”는 전문윤리 규정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50여명의 증인을 불러 증언을 받았으며 변호인 측은 별도의 증인을 세우지 않고 최종 변론만 진행했다.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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