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총 1,355명, 전년대비 약 3배↑… 상당수는 범죄 경력 없어

 

콜로라도 주 의사당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 의사당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콜로라도에서 체포된 이민자수가 급증했으며 이중 상당수는 범죄 경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덴버 포스트가 지난 7일 보도했다. 
 콜로라도에서의 첫 이민자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 발생했다. 지난 1월 20일, 수도 워싱턴에서 취임 축하 무도회가 열리기전, 크레이그 타운에서 20대 후반의 온두라스 남성이 체포됐다. 연방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ICE)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부터 6월 10일까지 콜로라도에서는 총 1,355명이 연방 이민 당국에 의해 행정 체포(administrative arrest/정부 기관이 예방적 이유로 공식적인 재판이나 유죄 판결없이 개인을 구금하는 것)됐다. 이 자료는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캠퍼스) 법학대학원의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Deportation Data Project)가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FOIA) 소송을 통해 입수한 것이다.

덴버 포스트가 이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수치는 2024년 같은 기간 342건에 비해 거의 300%나 폭증한 것이다. 즉, 1월 20일 이후 콜로라도에서 하루 평균 9명 이상이 체포된 셈이다. 체포된 이들은 멕시코,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출신이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중국, 칠레, 브라질 출신이었다. 1월 21일 체포된 아프가니스탄 남성 1명은 고문이나 박해의 신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돼 신속 추방 절차가 취소되기도 했다.

‘콜로라도 이민자 권리 연합’(Colorado Immigrant Rights Coalition/CIRC)의 대변인 라켈 레인-아레야노(Raquel Lane-Arellano)는 “ICE의 존재감과 체포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ICE 덴버 지부는 7월 4일 연휴 전 요청한 덴버 포스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ICE 본부 또한 콜로라도에서의 체포 건수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이번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추방 정책 속에서 미국내 이민 단속의 패턴과 속도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콜로라도는 올해 들어 체포 건수가 최소 2배 이상 증가한 38개 주 중 하나다.

자료에 따르면, 이민 단속 요원들은 1월부터 본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체류 이민자 수백만명 추방 목표 달성을 위해 움직였다.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ICE는 하루 평균 체포 건수를 666건으로 끌어올려 2024년의 하루 평균 300건 미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덴버 포스트는 이 자료 분석 과정에서 일부 중복된 체포 기록을 제거했다. 또한 ICE가 공개한 데이터에는 종종 부정확하거나 누락된 필드가 있어, 시러큐스대학의 TRAC 프로젝트 연구자들은 행정부의 주장과 현실간의 괴리를 지적해왔다. TRAC의 디렉터 수잔 B. 롱(Susan B. Long)은 이메일에서, “ICE가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면서 일부 정보가 누락됐거나 생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TRAC의 미전국 통계에 따르면, ICE는 6월 15일 기준으로 총 5만6,397명을 구금 중이며 콜로라도 오로라의 ICE 구금 시설은 올해 내내 하루 평균 약 1,150명의 구금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덴버 포스트는 체포 장소가 콜로라도로 명확히 명시된 체포 기록만 포함했다. 이는 ICE 덴버 지부의 관할 구역에는 와이오밍 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덴버 지부 관련 데이터에는 체포된 주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ICE의 정확한 활동 범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롱 디렉터는 ICE가 주 단위 데이터를 보관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권익 옹호자들은 이 수치가 실제 현장 상황을 상당 수준 반영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이민 협의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조지 로워리(Jorge Loweree) 정책 디렉터는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상황과 일치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단속을 연방 법 집행 우선순위 중 최우선에 두고 있으며 약속한 대규모 추방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끌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콜로라도에서 체포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범죄 경력이 없었다. 약 40%는 전과가 있었고 30%는 기소 중인 상태였으며 나머지 30%는 단순한 ‘기타 이민법 위반자’(other immigration violator)로 분류됐다. 이 비율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70일 동안 체포된 이들 중 44%는 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었으나 그 이후 70일 동안은 이 비율이 36%로 떨어졌다. 체포된 이들의 범죄 경력, 기소 내용, 이민법 위반 사유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콜로라도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트럼프의 이민 단속 강화 방침을 지지해왔으며 ICE 예산 증액에도 찬성했다. 하지만 게이브 에반스(Gabe Evans) 연방하원의원 등 일부는 ICE의 단속 우선순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범죄 전력이 있는 이민자에게 집중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이들을 단속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단속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3일 통과된 공화당의 대규모 세금 법안에는 ICE 요원 1만명 추가 채용과 구금 시설 확대를 위한 수백억 달러의 예산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타운에는 새 구금 시설이 문을 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연간 약 100만명의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덴버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체포 급증에도 불구하고 ICE와 협력 기관들은 첫 해 목표 달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트럼프 대통령 부비서실장은 지난 5월 말 체포자수를 더 늘리라고 지시했다. 그 후 2주 반 동안, 콜로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의 체포 건수는 증가해 콜로라도의 경우 하루 평균 약 12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ICE와의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이유로 콜로라도주 및 덴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ICE 요원들은 덴버의 법원 근처 및 이민 사건이 심리되는 연방 건물 내에서도 체포를 집행해왔다.                        

<이은혜 기자>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