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등 50여개 도시서 수천명 참가 … 트럼프 정책에 강력 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등 각종 정책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그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열린 14일 콜로라도를 비롯한 미전역에서 벌어졌다. 콜로라도에서도 수도 덴버를 중심으로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노 킹스’(No Kings) 시위를 벌였다.
덴버 포스트 등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손글씨로 적힌 피켓, 트럼프 대통령의 허수아비 등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이민자를 존중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평화 행진을 벌였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가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을 끌어모았다고 밝혔다.
덴버 시내 중심부에서는 정오부터 주의사당 서쪽의 링컨 베테랑스 메모리얼 파크에서 ‘노 킹스 피플스 페어’(No Kings People’s Fair)가 열렸는데, 주경찰은 이 행사에 약 5,000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최자인 제니퍼 브래들리는 2만명이 도심 행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덴버 NBC 뉴스의 헬기 영상에는 시위대가 8개 블록에 걸쳐 행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덴버 경찰은 참가 인원을 추산하지 않았지만, 밤 11시 기준으로 최소 17명을 시위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대부분 저녁 이후에 발생한 행진 중 연행됐으며 경찰은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과 연막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다만 최루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는 덴버뿐 아니라 주내 50개 이상 도시 및 타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그릴리, 그랜드 정션, 페어플레이, 라마 등 소도시는 물론 아바다, 볼더, 포트 콜린스, 콜로라도스 프링스, 롱몬트 등 주요 도시도 포함됐다. 롱몬트에 거주하는 메리 에터는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잘못됐다”고 말했다.‘50개주에서 50개의 시위, 하나의 운동’이라는 뜻의 ‘50501 무브먼트’(50501 Movement)로 불리는 이 시위 조직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반대한다”며 ‘노 킹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뉴욕, 시카고, 달라스, 휴스턴, 애틀랜타, LA 등 대도시에서도 수만명이 노 킹스 배너를 들고 행진했다. 이번 시위는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와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동원한데 대한 반발로 촉발됐다. 앞서 LA에서는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차량을 불태우는 일도 있었다.
덴버의 브로드웨이에서는 시위대가 “누구의 거리인가? 우리의 거리다!”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 도중 한 교회의 결혼식이 사진 촬영을 잠시 중단해야 했고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행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상황을 통제했다. 일부 피켓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을 향한 욕설이 적혀 있었고, “계속 저항하자”, “이민자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은 변기 속 트럼프 인형에 플런저를 얹은 조형물을 들고 “트럼프를 폐위하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한편, 덴버 시내 링컨 베테랑스 메모리얼 공원에서는 여성 권리를 상징하는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 복장을 한 리앤 스미스가 “트럼프는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극단이 아닌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웨스트민스터에서는 교차로 네 모퉁이에 걸쳐 약 1,000명이 집결했다. 이곳에서는 햇볕에 탈진한 참가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일도 있었다. 파커에서는 오전 8시45분부터 시위가 시작됐으며, 인근 파커데이즈 축제에 경찰 인력이 투입돼 있어 허가가 거부됐음에도 행사는 강행됐다. 일부 참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에 대해 “전체주의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글러스 카운티 페어그라운드가 있는 캐슬 락에서도 2,500여명이 집결해 “노동자를 보호하라”, “1938년 독일처럼 저항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견제와 균형을 원한다.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없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푸에블로에서도 시위가 열려 2명이 체포됐으며 그 중 1명은 총기를 소지한 채 행진 도중 위협적인 행동을 보여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트럼프 지지 모자를 쓴 여성이 총을 꺼내려 하자 제압했다”고 전했다.
<이은혜 기자>




